고구려 고분 발굴·고려 유물 대여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판문점에서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3년 가까이 얼어붙은 문화재 분야 교류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주목받는 곳은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에 있는 고려 궁궐터로, 남북이 함께 발굴조사를 진행한 만월대(滿月臺). 만월대는 문헌상으로 고려 궁궐 정전 앞 계단을 의미하지만, 지금은 궁궐터를 통칭한다.
고려 궁궐은 고려 태조 2년(919)에 건립됐고, 소실과 중건을 거듭하다 공민왕 10년(1361) 홍건적 침입으로 폐허가 됐다.
남북 공동 만월대 조사는 2005년 개성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남북 공동 학술회의 이후 급물살을 탔다.
이어 2005년 12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양측이 '개성역사유적 세계유산 등재 및 보존관리 사업'에 합의하고, 2006년 6월 발굴조사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본격화했다.
첫 남북 조사는 2007년 5월 15일부터 7월 13일까지 3만3천㎡에서 시굴조사로 진행됐고, 그해 9월 발굴조사로 전환해 3천㎡ 부지에서 건물지 5동과 유물 2천여 점을 찾았다.
남측 학자들은 2008년, 2010년, 2011년, 2014년에도 개성을 방문해 발굴조사와 긴급복구조사를 벌였다.
마지막 회차인 2015년에는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7천㎡에서 건물지 19동과 유물 3천500여 점을 출토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발굴조사 이후 브리핑을 열어 서부 건축군 신봉문 터 서쪽 255m 지점에서 성인 손톱 크기 고려 금속활자를 출토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현재까지 만월대 조사는 서부 건축군 3만3천㎡ 중 1만9천㎡를 완료했다. 건물지 39동과 축대 2곳, 대형 계단 2곳, 유물 1만6천500여 점을 확인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관계자는 "만월대 발굴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기간을 늘려 마지막에는 반 년간 했다"며 "고분 발굴은 길어야 한 달이지만, 만월대는 오랫동안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족 동질성을 확인하고 남북이 공유한 역사를 구명한다는 점에서도 하루빨리 조사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월대 발굴이 재개되면 문화재청이 계획한 평양 고구려 고분군 발굴, 무형문화재 합동 공연, 천연기념물 보호 조치 마련에 대한 논의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연말에 개최할 예정인 '대고려전'에 북한 유물이 올지도 관심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6년 태조 왕건상을 비롯한 국보 50점과 준국보 11점 등 북한 유물 90여 점을 가져와 특별전 '북녘의 문화유산-평양에서 온 국보들'을 연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왕건상을 비롯해 북한 박물관에 있는 유물 수십 점을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고려전을 계기로 남북 박물관 간 교류를 정례화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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