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평화넘어 통일로"…악수장면에 외국인도 '뭉클'

입력 2018-04-27 10:33   수정 2018-04-27 11:01

[남북정상회담] "평화넘어 통일로"…악수장면에 외국인도 '뭉클'
서울역 시민들 TV서 한시도 눈 못떼…새 남북관계 기대감 절정
"헐, 대박!", "우리땅 밟은 거야?"…곳곳 탄성·박수에 기쁨의 눈물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역사적인 악수를 하는 순간 온 국민의 가슴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20대 대학생부터 백발 노인까지 함께 TV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남북이 반세기 넘게 이어온 대립에서 벗어나 평화를 향해 협력하는 동반자가 되기를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서울역과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생중계가 시작되자 대합실 곳곳에 설치된 TV마다 수십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각에서 모습을 드러내 계단을 내려오자 한 시민이 "나온다!"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그때부터 TV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김 위원장과 악수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헐, 대박!", "우리나라 땅 밟은 거야?"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문 대통령과 함께 다시 포즈를 취하자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조용히 TV만 바라보는 시민들 얼굴에도 엷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 중년 여성은 10초 넘게 박수를 멈출 줄 몰랐다. 길 가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TV를 바라봤다. 아이와 함께 있던 엄마는 화면을 가리키며 오늘이 어떤 날인지를 설명했다. 한 할아버지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휴지 뭉치로 찍어냈다.
열띤 논쟁을 벌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이 "평화가 오면 우리나라 강해져요. 항상 불안하게 살고 싶으세요?"라고 말하자 다른 중년 여성이 "평화 안 와요. 또 속아요"라며 반박했다.
고속터미널에서 중계를 보던 정모(77)씨는 "남북이 서로 두려워하다 보니 서로 못 믿어서 핵이 안 없어지고 있는데 신의를 쌓으면, 북한이 핵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믿게 해주면 핵 포기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오늘이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역을 지나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김 위원장이 TV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며 뉴스를 지켜봤다.
덴마크에서 온 파밀라 미켈슨(67·여)씨는 "이런 뉴스를 보니까 정말 행복하다. 두 나라가 평화 무드로 접어드는 모습이 정말 감동스럽다"라면서 "노인분들이 눈물을 흘리던데 그 감정이 이해가 됐다. 지금까지 전쟁 위협으로 두 나라가 두려움에 떨고 갈등했지만 이제 한반도에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도, 주부들도, 직장인들도 잠시 일손을 놓고 집이나 회사에 설치된 TV로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봤다.
주부 장모(58·여)씨는 "아침부터 TV 켜놓고 계속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놀랄 만한 평화 선언이 나와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모(32)씨는 "드디어 한반도에 평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반 시민인 나조차 설렌다"며 "사무실에서 TV 틀어놓고 동료들과 함께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모(23)씨는 "모처럼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잘 마무리돼 서울역에서 북한 의주를 거쳐 중국·러시아 너머 유럽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상상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며 태극기 환영행사를 봤다는 이모(35)씨는 "재향군인회에서도 태극기를 든 것을 보고 좌우 대립을 넘어 평화통일을 위한 염원이 느껴졌다. 역사적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남북교류가 재개되고, 나아가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들어서기를 기대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만나는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남북이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회담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이야기도 나누는 만큼 회담 성과를 더욱 기대하게 된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내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합의를 불가역적으로 만들려면 정부주도를 넘어 민간부문 실천이 중요하다"면서 "남북교육협력추진단을 구성했으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남북 교육교류를 재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학생과 교사가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 자체가 의미 깊은 참교육"이라면서 "교실에서 회담 생중계를 함께 보며 한반도 평화 전망을 나눌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상회담 성공 개최를 위해 출범했던 '화해와 평화의 봄' 조직위원회 김호 공동기획단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었는데 이번 회담이 새로운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수 성향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남북 정상이 오늘 손을 잡고 만났다. 그러나 '평화'에만 그치지 않고 북한의 핵 폐기 약속을 실효성 있게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남북회담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a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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