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보며 환호·박수…두 정상 분계선 넘나들자 일제히 탄성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을 전 세계가 지켜본 27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구로구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통일관 강당에 모인 학생 100여명도 함께 숨을 죽였다.
강당 앞쪽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 인민복을 입은 김 위원장 모습이 나타나자 학생들 시선이 스크린에 쏠렸다. 학생 대부분이 2002년생으로 첫 남북정상회담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두 번째 정상회담 때는 불과 다섯 살이어서 이들에게는 이번 회담이 사실상 생애 첫 남북정상의 만남이었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MDL) 위로 악수하는 순간, 학생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이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안내해 두 정상이 다시 분계선을 넘어가자 이번에는 "우와"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서 환호와 박수가 다소 '준비된듯한' 느낌이었다면 두 정상이 분계선을 오가는 순간 나온 감탄사는 정말 놀라워서 내뱉는 소리였다.
강당에 오지 못한 학생들은 교실에서 TV로 역사적 만남을 지켜봤다.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가 치러지는 탓에 학생들은 틈틈이 문제지를 풀면서도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보던 학생도, 거울을 보던 학생도 두 정상이 한 화면에 잡히자 신기한 듯 뉴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서서울생활과학고는 통일교육 연구학교로 1학년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1시간씩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통일교육을 진행한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정전협정과 종전협정, 평화협정의 차이 등 남북관계를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학생들은 어려운 단어가 아닌 자신들의 쉬운 언어로 평화를 이야기했다.
1학년 4반 배주희(16)양은 "회담을 시작으로 남북이 사이좋게,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면서 "통일이 이뤄져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만나고 땅도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급 '통일부장'으로서 매달 학교에서 진행하는 통일퀴즈를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중책'을 맡은 배양은 김 위원장 직함을 생각해내지 못해 '김정은씨'라고 부르면서도 "무엇보다 핵 포기가 먼저"라는 진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승경(16)군은 제법 전문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군은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일 것"이라면서 "평창동계올림픽 때부터 좋았던 남북 간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뉴스를 태권도 학원에서 들은 기억이 난다는 이군은 "북한의 도발이나 핵 개발 뉴스를 들으며 늘 불안했다"면서 "남북이 전쟁을 완전히 끝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만남을 지켜본 학생들은 하나같이 통일을 말했다.
통일을 바라는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이선재(16)군은 "뉴스 속 김 위원장을 보면서 독재자지만 사람다운 모습도 있다고 생각돼 신기했다"면서 "통일이 이뤄져 군대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분단국가 남성으로서 절실한 소망을 이야기했다.
국제정보학을 전공하는 홍윤기(17)군은 "대통령님이 회담을 잘 이끌길 바란다"면서 "통일이 이뤄져 우발적인 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없어졌으면 좋겠고 어른이 됐을 때 취직자리도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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