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고사리손·비전향 장기수·실향민·외국인도 '평화 기대'

입력 2018-04-27 12:09   수정 2018-04-27 14:02

[남북정상회담] 고사리손·비전향 장기수·실향민·외국인도 '평화 기대'


(전국종합=연합뉴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에는 이견이 없었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광경을 처음 본 초등학생부터 고향 땅 한 번 밟기가 여생의 마지막 소원인 실향민까지….
대한민국의 필부필부는 세대, 성별, 이념을 넘어서 한마음 한뜻으로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되길 희망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실향민촌인 강원 속초시 아바이마을 김진국 노인회장은 "이산가족 1세대들의 소원이라면 고향에 한번 가보고 눈을 감는 것" 이라며 "한때 400명을 넘었던 아바이들이 대부분 세상을 뜨고 이제는 100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전향적으로 개선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고향 방문 등 실향민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함경북도 북청이 고향인 김 회장은 12살 때 월남해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터를 잡았다.
아바이마을은 6·25 때 월남한 함경도 지역 실향민들이 통일되면 고향에 돌아가려고 북한과 가까운 곳에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비전향 장기수인 서옥렬(90·광주 북구 각화동)씨는 "마지막 소원은 북으로 가서 가족들 품에서 죽는 것이다. 죽기 전 아내와 두 아들을 꼭 만나고 싶다. 이번 정상회담이 잘 성사돼 북에 있는 가족과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씨는 1961년 평양에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공작원으로 남파돼 고향 집을 방문했다가 붙잡혀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29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옥고를 치르면서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품에 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무단 방북 혐의로 옥고를 치른 한상렬(67) 목사도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통일연대 상임대표 자격으로 2010년 6월 평양에 도착해 70일간 북한에 머물고 북한 정권을 찬양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3년 출소했다.
한 목사는 "남북 정상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그것을 보는 미국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통일이 미래 유산이라고 깨닫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남북주민 의식이나 생활 양태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인 만큼 정치가 아닌, 민간 중심으로 '생활통일 공동체'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군 장병들도 이번 회담을 보는 소회가 남달랐다.
남북정상회담을 생방송으로 시청한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이재경(28) 중위는 "역사적인 남북회담이 개최된 것을 매우 환영하고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되길 기원한다"며 "(해군 장병들은)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부대 김주년(22) 상병도 "역사상 처음 남한에서 남북정상회담하는 게 신기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맡은 업무를 다 하겠다"고 생방송 시청 소감을 전했다.

경제 분야를 포함한 남북 교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충북 제천시는 2004년 북한 고성군 삼일포에 3.3㏊의 농장을 조성해 사과나무 1천600여 그루, 복숭아나무 900여 그루를 심었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에 농장을 조성했다.
2007년에는 사과 1천여 그루를 심은 1.7㏊ 규모의 신계사 농장을 조성하고, 제천 약초 시범포도 조성했다. 2006년과 2007년 금강산 제천사과 수확 축제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농업교류사업을 펼쳤다.
사과와 복숭아 농장 사업을 담당하는 제천시 김진한(51) 주무관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제천시가 활발히 추진했던 농장 사업이 재개되기를 바란다"면서 "현재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사업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만큼 통일부와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처음 보는 어린이도 그 역사적 무게를 모르지는 않았다.
경남 거창군 창동초등학교 2학년인 백현열 군은 "엄마가 통일기도를 많이 해서 오늘 통일될 것 같다"면서 "통일되면 군대도 안 가고 전쟁도 다시 안 일어나니까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잘 사는 나라가 될 것 같다"고 순진한 반응을 내놨다.
인하대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덩린웨이(아태물류학부 3학년)씨는 "양국 간 긴장이 완화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예전보다 더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건 김형우 강영훈 장덕종 신민재 김동철 허광무 기자)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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