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재 교수 "종전 위해 계속 노력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 장소로 잡은 판문점은 65년간 이어진 '정전 체제'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정전협상은 1951년 7월 개성에서 처음 시작됐으나, 개성이 공산군 통제 아래 있던 탓에 그해 10월 한적한 농촌인 경기도 장단군 진서면 널문리에서 재개됐다.
당시 유엔군 대표는 중국군이 회담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널문리에 있는 이름 없는 주막에 '판문점'(板門店)이라는 간판을 걸었다고 한다. 판(板)은 '널'을 뜻하고 '점'(店)은 주막을 가리킨다.
유엔과 중국·북한은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63개 조항으로 구성된 정전협상을 체결했다. 그중 제60항의 주요 내용은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3개월 이내에 쌍방은 대표를 파견해 한 급 높은 정치회담을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 모든 외국 군대 철수와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협의할 것을 건의한다"였다.
지난 2015년 '판문점 체제의 기원'(후마니타스 펴냄)을 출간한 김학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전협상 제60항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1954년 스위스 제네바 회담 이후 사실상 없었다"며 "제네바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베트남 문제 등에 밀려 관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한이 유엔은 아니지만, 남북 정상이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에서 65년 전에 약속한 조항을 이행하기 위해 만났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저서에서 판문점 체제를 '불안하고 유동적인 임시 정전 체제'로 규정하면서 안정적이고 영구적인 평화를 창출하지 못한 실패 사례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은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끝났고, 종교전쟁은 독일 뮌스터에서 맺은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마무리됐다"며 "판문점에서는 종전이 아닌 정전협정이 체결돼 완전한 장소성을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앞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종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판문점 회담 이후에도 종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확인하고 이후 남북미 정상이 종선을 선언한다면 판문점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유엔 결의안이 나오고 북한이 미국, 일본과 수교해야 비로소 판문점 체제는 종식하고 동아시아 안보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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