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평가받아야…'비핵화' 명기, 북미정상회담 토대 구축"
"문 대통령, 확고한 북미간 중재자 자리매김"…남북미 정상 노벨상 공동수상론도
"'완전한 비핵화' 구체성 결여…먼길 남았다"…경계와 우려도 공존
"감정적 측면 제쳐놓아야"…"위험성도 크다…성과 못 내면 평화협정 요원"
(서울·워싱턴=연합뉴스) 김연숙 김수진 기자 송수경 이해아 특파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7일(현지시간) 평화협정 전환과 '완전한 비핵화' 등을 골자로 한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역사적인 분수령'으로 평가했다.
이번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공동목표로 명시함으로써 비핵화 본협상이 될 북미정상회담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러나 비핵화 로드맵을 포함해 구체성이 결여된 데 대한 경계 속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무게 있게 제기됐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미국 측이 목표로 삼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이행을 위한 확실한 후속조치가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그만큼 북미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공언해온 대로 '비핵화 협상가'의 역량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놓였다고 내다봤다.
빅터 차 미국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남북 정상의 위대하고 진심 어린 발표를 담고 있다"며 "이는 중요한 지점으로, 전 세계에 의해 평가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메시지와 여러 가지 보여진 것들에 비춰 회담은 분명히 성공적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올가을 평양 방문을 포함한 후속조치들이 나온 것도 중요한 부분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으로 남북 정상들이 펼쳐놓은 목표들을 이행하는 데 있어 미국의 중요성 또한 분명해졌다"며 "평화협정을 예를 들더라도 유엔군 대표 자격으로 미국이 서명국으로서 필요할 것(중국도 필요할 것이다)"이라고 내다봤다.
차 석좌는 특히 비핵화와 관련,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에 있어 어떤 새로운 진전도 낳지 못했다"며 "비핵화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나간다는 약속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나오는 '모든 핵무기 포기'나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문'(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 금지 및 핵 재처리시설·우라늄농축시설 보유 금지 등을 담음)에도 근접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토대를 세운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언해온 대로 핵 프로그램 종식을 이뤄내는 협상가로서의 위대한 면모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위험부담은 이보다 더 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WP에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면서 "이는 가장 원치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박정현 한국 석좌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이번 중대한 성과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이 있다"며 "그는 북미를 중재하며 '정치적 도박'을 걸었으며, 그 결과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긴장 완화로 이어진다면 좋은 상황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비핵화 문제와 관련,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조처를 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말과 약속이 있을 뿐"이라며 "비핵화 이슈에 관한 한 이번 공동선언은 아직도 합의까지 먼 길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것이 북미회담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평화연구소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 서면질의에 "남북 정상의 비전과 로드맵에 대한 탁월한 표현을 보여줬으며,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모멘텀이 됐다"면서도 "남북 간 군사적 적대 종식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던 1991년, 2000년, 2007년 등 과거 공동선언들과 큰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선언문 내용으로는) 북한이 실질적 핵무기 포기와 종식에 진지하다는 것에는 회의적이지만 비핵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데는 진지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것인가, 그렇다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무엇을 내줄 것인가가 쟁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관여는 코스요리처럼 장기적 과정으로 봐야 하며, 남북정상회담은 먹기에 안전하고 인기가 많은 에피타이저 격"이라고 비유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 서면질의에 "한국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김씨 왕조 지도자의 관대함과 유연함을 부각한, 훌륭하게 연출된 의식이었다"며 "우리는 예전에도 이러한 '영화들'을 관람했던 만큼, 합의가 종잇조각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대결 종식으로 이어지려면 상호 간에 재래병력 감축과 북한의 핵·생화학 무기 해체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상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은 비핵화에 진지하다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원자로와 핵·미사일 생산 시설, 농축 우라늄 설비 불능화를 당장 실행하고 2020년까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해체에 합의한다면 체제안전과 제재완화를 비롯한 경제적 혜택 등 원하는 걸 빨리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박사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역사적 순간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회담의 상징적 중대함은 엄청나며 한국 역사에서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공동선언에도 희망을 주는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매체들이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평화'에 초점을 두고 '비핵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을 주목, "김정은이 비핵화 과정에 대해 어떤 식으로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동선언문에는 나와 있지 않다"며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는 북미정상회담을 포함, 남은 회담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이 과정을 진척시키고 북미 간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기대하며 양측을 준비시키는 데 있어서 확고한 중재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전체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첫걸음"이라며 "목표와 포부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덴마크 국장은 그러나 "판문점 선언은 낙관주의와 매우 야심 찬 목표들로 가득 차 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나갈 것이냐에 대한 세부 내용이 결여돼 있다"며 "구체적 로드맵 보다는 의지의 발표 차원이 더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높이고 있다"며 "북미 간 합의는 북미 각각의 양보사항을 포함해 (비핵화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이전에도 여러 번 봐왔다. 이 모든 것(합의 내용)들이 매우 급속도로 허물어질 수도 있다. 이것은 길고 복잡한 과정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정치위험 연구가인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주요하고 긍정적인 지정학적 발전",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환영할만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남북 공동선언이 이뤄지기 전 트윗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의 노벨상 공동수상을 지지한다고 밝힌 뒤 공동선언 후에는 "(남북미중 4개국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적었다.
미 캘리포니아대학 미·중연구소 마이크 치노이 수석 연구원은 CNN방송에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는 분명한 전환점"이라면서도 "사람들이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놀라운 광경에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이 같은 좋은 의도가 실질적인 조치가 되게 하기 전까지 해야 할 것이 아직 엄청나게 많다"고 지적했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부교수는 "북한은 오랫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이는 일방적 군축과 같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 같은 의사를 재확인하는 것은 새롭지 않으며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 북한 정책을 담당했던 미 싱크탱크 독일 마셜펀드(GMF)의 선임연구원 라우라 로젠베르거도 WP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 2월 29일 북한과 미국의 '윤달 합의(Leap Day Deal)' 실패를 거론하면서 "그러한 일이 다시 일어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미사일 실험 중단에 합의했으나 약 6주 뒤 실험을 재개했다.
밴 잭슨 전 미 국방장관 아시아 정책 고문은 "두 정상은 분명 이번 회담이 돋보이기를 열망하지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을 앞두고 계기를 만들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향후 한국과 북한,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북핵 해결에 있어 한미공조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어떠한 보상이 있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행동이 아니라 약속에 대해서 보상, 즉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고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한미관계에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덤 마운트 미국 과학자연맹(FSA) 선임연구원은 CNN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평화적인 공존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고 이는 올바른 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가면 미국과 한국은 동맹으로서 북한 정권을 저지·견제, 무장 해제하고 개혁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장기적인 전략을 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리즈대의 애덤 캐스카트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모두발언과 방명록 서명에서 '새 출발'을 강조한 것을 두고 "분명히 실용적"이라 평하면서도 북한 핵무기를 다시는 논의 대상에 올릴 필요 없는 '오래되고, 기정사실로 된 갈등'으로 치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