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루자 전원 형사재판 유죄 확정에 법원 충북교육청 손들어줘
"배임 前 공무원·브로커 2명 공동으로 재정 손실액 배상해야"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도교육청에 막대한 재정 손실을 끼친 교육용 로봇(일명 '스쿨로봇') 납품 비위 사건의 연루자들이 형사 처분에 이어 5억7천여만원 상당의 손해 배상금을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됐다.
사무기기 대리점을 운영하는 업자 이모(59)씨는 2000년 무렵 충북의 한 교육지원청에 복사기나 팩스 등 비품 서비스를 하면서 이모(60) 전(前) 도교육청 서기관을 알게 됐다.
친분을 쌓게 된 둘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중국·필리핀·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으로 해외여행을 함께 다녀올 만큼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2012년 10월께 이씨는 사무용품 거래를 하면서 20년 넘게 알고 지낸 손소독기 판매업체 대표 정모(59)씨와 로봇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스쿨로봇'을 발견, 이를 학교에 공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씨를 중심으로 뭉친 정씨와 이 전 서기관은 '스쿨로봇' 제작업체로부터 1대당 1천700만원짜리 로봇을 4천만원에 납품받기로 모의했다.
당시 도교육청 예산 업무를 맡았던 이 전 서기관은 시장 조사나 타제품과의 가격 비교없이 곧바로 '스쿨로봇' 1대당 4천만원의 예산을 편성, 도내 40개 학교가 로봇 40대를 구매하도록 했다.
이들의 결탁으로 도교육청은 실제보다 9억1천600만원이나 부풀려진 16억원 상당의 예산을 지출했다.
도교육청이 더 지불한 돈은 수수료 명목으로 고스란히 이씨와 정씨 수중에 들어갔다.
뒤늦게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와 경찰 조사로 꼬리가 밟힌 이들은 나란히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도교육청은 이 전 서기관을 파면하는 한편 그와 이씨, 정씨를 상대로 재정 손해액(9억1천600만원)을 물어내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배소 1심에서는 도교육청이 패소했다.
하지만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서기관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업자 이씨와 정씨가 각각 징역 3년과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업자 이씨와 정씨에게는 각각 5억6천여만원과 3억4천여만원의 추징 명령도 내려진 상태였다.
이를 토대로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민사1부(김성수 부장판사)는 도교육청이 이 전 서기관과 이씨, 정씨를 상대로 낸 손배소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피고들의 유죄를 인정했다"며 "피고들은 공동 불법행위로 원고에게 끼친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로봇 1대의 적정가격은 공급가와 대리점 지급 영업수수료를 포함한 2천500만원"이라며 피고들이 지급할 손해 배상액을 5억7천580만원으로 산정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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