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첫발도 못뗀 일자리 추경…'골든타임' 놓치나

입력 2018-04-29 07:31  

3주간 첫발도 못뗀 일자리 추경…'골든타임' 놓치나
드루킹 사건 등 정치 현안에 추경 논의 밀려
청년 고용, 구조조정 위기 심화…정부 "늦어질수록 효과 반감"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기자 = 청년 취업난과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 경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에서 3주 넘게 표류하고 있다.
야당이 추경 처리와 연계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을 두고 양측 갈등이 깊어지면서 추경안 파일은 언제 열릴지 예상이 어렵다.
더군다나 이번 추경은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맞는지를 두고 여야 견해차가 크고 '지방선거용'이라는 비판도 거세 심사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45일 만에야 통과된 지난해 추경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드루킹 블랙홀' 멈춰선 국회…추경 생명 '신속성' 위협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추경안은 제출된 지 24일이 흘렀지만, 심의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제 도입을 둘러싼 여야 대치 때문이다. 이른바 '드루킹 블랙홀'에 빠진 형국이다.
4월 임시국회는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거취 공방으로 이어지며 멈춰 섰다.
지금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드루킹 특검을 도입하라며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당 천막농성장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를 만나 추경안 신속 처리를 요청하는 등 국회를 수차례 찾았지만 허사였다.
이제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대로라면 '추경안 제자리걸음' 기록을 새로 쓸 것이 확실시된다.
여야가 극적 합의해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추경안 표결까지는 긴 과정이 남았다.
일단 야당은 추경안 자체를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의 '선심성 돈 풀기'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야당이 전향적으로 돌아서서 논의에 나서기로 하면 여야 간사나 원내대표가 만나 추경 심사 일정을 합의해야 한다.
취소됐던 총리 시정연설을 하고, 대정부 질의를 한다.
이어 기획재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결, 막판 계수조정 작업을 거쳐 본회의 상정·표결을 한다.
이런 기술적 절차가 아무런 걸림돌 없이 쾌속 진행돼도 최소 열흘이 걸린다.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 첫 추경안은 공무원 일자리 충원 등을 놓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겪으며 통과에 45일이 걸렸다.
한국당은 5월 임시국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방탄국회'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정황상 추경안 통과가 6월 지방선거 이후 9월 정기국회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면 2000년 기록 106일을 훌쩍 넘기게 된다.
추경의 생명인 '신속성'을 잃게 되는 셈이다.



◇ 계속되는 청년 일자리 한파…지역 경제도 '흔들'

추경 통과가 불투명해지며 '골든 타임'을 놓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년 취업 한파와 지역 경제 위기에 추경으로 긴급 처치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 성장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계속된 고용부진은 최저임금 인상 등과 겹치면서 더욱 악화하는 흐름이다.
3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1만2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 폭이 두 달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취업자 수가 통상 월 20만∼30만 명대 늘어난 데 비춰보면 올해 2∼3월 고용 상황은 그야말로 '일자리 쇼크'였다.
고용난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 따라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당장 저소득층 일자리가 많은 숙박·음식업 고용이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한 건설업도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생산 시스템 고도화 등 구조적 원인으로 한국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에 근접하는 영향도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10억 원을 늘리는 데 필요한 취업자 수를 뜻하는 취업 계수는 지난해 17.2명을 기록, 역대 최소였던 전년(17.5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 세대들이 고용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일자리 문제가 재난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더해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지역 경제 위기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군산시 사업자 수는 3만6천459명으로 전달(3만6천570명)보다 111명(0.3%) 감소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를 앞둔 지난해 3월(-0.5%) 이후 9개월 만에 또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 집행이 늦어질수록 기대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추경 심사가 하루라도 빨리 시작돼서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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