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2개·도로 3개 이어 유라시아망과 연결해야"

입력 2018-04-29 07:10  

"남북 철도 2개·도로 3개 이어 유라시아망과 연결해야"
남북물류포럼 회장 "경의선·동해선 복원, 중·러 5개 철도망에 연결"
대륙철도사업(TKR-TSR 연결) 담았던 2000년 '6·15 선언' 계승 효과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남북이 추진키로 한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유라시아 물류망 구축과 연계해야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남북 경제협력의 출발은 물류다. 잇지 않으면 아무것도 흐를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회담 결과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일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두 정상이 경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하는 것 같다"며 자신이 지난해 내놓은 연구논문 '북한 교통인프라 개발과 남북한 연결'을 소개했다.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 게재된 이 논문에서 김 회장은 "안정적이고 비용 면에서 효과적인 운송 경로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시작, 동북아 및 유럽 지역으로의 전략적 국제복합운송경로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라남도 광양에서 출발해 서울을 거쳐 북한 개성·평양·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으로 이어지는 서해안 운송 축, 부산에서 출발해 경상북도 포항을 지나 북한 원산·함흥·나진을 지나 중국 투먼(圖們)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운송 축을 제시했다.
경의선과 동해선은 각각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바이칼-아무르철도(BAM), 몽골통과철도(TMGR), 만주통과철도(TMR) 등 중국·몽골·러시아 일대로 뻗는 5개 주요 간선철도망과 연결돼야 제 효과를 낸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연결을 고려하지 않는 개발은 그 의미가 크지 않다"고 했다. 한반도 안에 머무르는 물류망은 효과가 반감된다는 취지다.

남북 정상은 철도뿐 아니라 도로 연결과 현대화도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국도 1호선(남한 문산-판문점-북한 개성), 3호선(남한 철원-북한 평강), 7호선(남한 간성-북한 장전)의 연결이 시급하다고 적었다.
또 북한의 도로를 현대화하는 한편, 이를 중국·러시아 도로와 아시아 고속도로망(Asian Highway)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김 회장은 주장했다.
논문에 인용된 2004년 교통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북한 도로(포장·비포장 포함)는 총연장 7만9천271㎞로 남한의 24.6%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 도로는 포장률이 낮아 남북의 도로 수준에 격차가 크다고 지적됐다.
김 회장은 "항만으로서 부산, 중국 상하이(上海), 일본 고베(神戶) 그리고 공항으로서 인천, 일본 나리타(成田), 중국 푸둥(浦東)이 각각 지역거점으로 연결됨으로써 동북아 복합물류체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은 경협의 물리적 토대일 뿐 아니라 정치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TSR에 연결하는 '대륙철도사업'은 남북 정상의 첫 만남(2000년) 당시 6·15 남북공동선언에 담겼다.
"이는 남북 철도의 연결을 통해 남한이 정치적인 섬으로 분리된 한계를 극복하고,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육로를 통해 경쟁력 있는 물류 체계를 확보하고, 해상물류 체계를 다변화하기 위한 다목적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 이런 구상을 제안했고, 통일부는 2015년 부산-신의주, 목포-나진을 'X자' 형태로 종단해 각각 TCR·TSR로 연결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이와 같은 계획이 이뤄지기 위해선 남북 갈등관계를 근본적으로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꿔야만 한다. 더 나아가 이에 부합하는 정책과 제도적 바탕을 마련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적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 정부와 관련 민간 전문가로 가칭 '남북 교통인프라 개발위원회'를 설치하고, '남북 교통인프라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남북 연결에 따르는 육상·해상·항공 분야별 업무를 조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북한 교통인프라 구축과 남북 연결 사업에 드는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려면 "정부 차원의 남북협력기금을 확대하고 재정 투·융자를 늘리는 한편, 대외경제협력기금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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