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시끄럽던 확성기 방송 걱정 없이 농사짓게 됐다"

입력 2018-04-28 11:00  

[판문점 선언] "시끄럽던 확성기 방송 걱정 없이 농사짓게 됐다"
최전방 농민들, 확성기 방송·전단살포 등 적대 행위 중지 환영

(철원=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마을까지 들려 깜짝깜짝 놀라게 했던 확성기 스트레스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남북 정상이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오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선언하자 휴전선 주변에서 농사짓는 주민들이 반기고 나섰다.

강원 최대 곡창지역인 철원군 중부전선 철원평야에서 농사일해온 주민들은 그동안 남과 북에서 경쟁하듯 틀어놓는 확성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농민들이 논에서 고된 일을 하다 잠시 쉬려고 하면 뜬금없이 비무장지대 너머에서 북한의 대남방송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철원평야는 남과 북 사이에 산이나 고지 같은 장애물이 없어 대남방송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한 곳이 아니라 동시에 몇 곳에서 들리는 바람에 내용을 구별하기는 힘들지만, 정부와 미국을 비방하고 북한 정권을 선전하는 내용이었다.
대남방송과 대북방송이 밤새 울려 잠까지 설쳐야 했던 철원에서는 2004년 6월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심리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평온을 되찾는듯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사건을 계기로 2015년부터 우리 군이 다시 대북방송을 재개하고 북한군이 맞불을 놓으면서 휴전선 인근 농경지뿐만 아니라 마을까지 다시 소음에 노출됐다.
2016년을 전후로 극에 달했던 대남방송은 최근에는 감소했지만, 아직 조용한 밤에는 들을 수 있다.

전단(일명 삐라) 살포 때문에 불안에 떨었던 철원 주민들은 전단살포를 중지하기로 한 조치도 반겼다.
주민들은 외부 단체들이 '대북 어뢰'라고 부르는 전단을 살포하기 위해 철원을 찾아올 때마다 북측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해왔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지점을 격파하겠다고 위협하자 마을에는 북한의 포격 위치를 추적하기 위한 군 레이더 장비가 배치되기도 했다.
또 군 당국은 대북풍선 단체가 오는 날에는 유사시에 대비해 비무장지대 주변 민간인 출입통제선지역에서 일하는 농민들을 밖으로 긴급 이동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주민들은 "북쪽에서 틀어놓은 대남방송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여기에다 대북전단을 몰래 띄우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얼음 같은 분위기가 전달되는 게 싫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농사일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반겼다.
dm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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