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목표'·'방향성' 확인…'비핵화 로드맵' 완성은 북미 정상회담 몫
종전선언·평화협정도 북미 핵심의제로…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주목
비핵화 이행기간·검증 방법론 놓고 '괴리' 좁히는게 관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이제 '공'은 워싱턴과 평양으로 넘어갔다. 남북 정상이 27일 공동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공식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이제 한반도의 운명은 '5말6초'(5월 말∼6월 초)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에서 판가름나게 된 것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의 최상위 이슈이자 미국 등 국제사회의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가 명문화됨으로써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구축됐다.
쉽게 말해 북한이 '공식 확인'한 비핵화 의지를 살려 미국이 목표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구현하는 몫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간 것이다.
미국이 가장 의미 있게 볼 대목은 일종의 '예비협상' 격으로 진행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확인된 점이다.
이는 비핵화의 원칙과 방향성을 분명히 한 것으로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절대 명제에 일정 부분 부합한다고 불 수 있다. 자연스럽게 비핵화를 핵심의제로 하는 북미 직접대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발(發) 안보위기의 두 축인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마주하는 세기의 정상회담이 비핵화에서 출발해 한반도를 둘러싼 각종 현안의 최종 타결 지점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다.
예측하기에 다소 이르기는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로 볼 때 북미 정상이 비핵화와 관련해 큰 틀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당시 중앙정보국장)이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사실이 공개된 데 이어 북한이 지난 21일 깜짝 '핵동결 선언'으로 화답하는 등 해빙 무드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라는 당시 북한의 동결 방침이 기존 핵무기의 폐기라는 비핵화 원칙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낳기도 했으나, 이날 판문점 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명기함으로써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게 됐다.
비핵화 논의와 '동전의 양면' 격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미가 다뤄야 할 공식 의제로 부상했다. 남북 정상이 논의의 기본 틀을 마련했지만 이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담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며 ▲ 올해 종전 선언 ▲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의 적극 추진을 약속했다.
남북 정상이 종전 선언을 하는 데 합의하고 한국전쟁 당사자인 미·중을 끌어들이기로 한 것은 종전 선언이 선언적 의미를 넘어 법적 효력에 준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이러한 절차를 담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가 될 것이 유력해졌다.
주목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 "한국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적으면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에 확실한 힘을 실은 것이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이 일궈낸 이번 성과가 곧바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 비핵화 합의의 경우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남북한의 합의는 시간(time)과 같은 구체적인 면에서 "현저히 부족하다"(notably short)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남북 지도자들이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겠다는 대담한 약속을 했다면서도 그러나 "'비핵화'가 정확하게 (남과 북) 각각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구체성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원칙으로서는 큰 이견이 없는 비핵화만 해도 북한이 보는 정의와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CVID의 내용이 다를 수 있다.
방법론적으로도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제시한 북한과 사실상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미국 사이에 아직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초기에 중대 양보를 서로 주고받는 '빅뱅 접근법'을 통해 북한의 시간끌기 시도와 단계적 보상 요구를 차단할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020년 재선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시험대가 될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초단기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함으로써 김 위원장과 이견을 노출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총론적 합의를 하더라도 이행과정과 검증, 보상 문제 등을 놓고 각론상의 합의를 도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남북한 사이에서 역사적인 만남이 일어나고 있다"면서도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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