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 대결의 장→평화의 전초기지 되나" 기대감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양지웅 기자 =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나오자 강원지역 각계 인사들은 환영과 기대감을 보였다.
특히 낡은 냉전 체제의 산물이자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한계 탓에 큰 피해를 감내해야 했던 도민들은 대결의 장이던 접경지역이 평화의 전초기지로 나아갈 수 있게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헌수 남북 강원도협력협회 상임 이사장은 "종전과 비핵화를 담은 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진전"이라며 "합의 내용처럼 6·15와 10·4 선언 속 약속들이 잘 이행된다면 한민족으로 매우 고무적이며 희망적"이라고 평했다.
이어 "강원도는 남북의 상생을 넘어서 공동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리적 이점을 가졌다"며 "농·임업, 수자원 공동이용,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경제 협력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선경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강원본부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요구하고 희망한 것들을 대부분 반영한 역사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괄적 합의 속에서 민족공동행사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대단한 진전"이라며 "올해 아시안게임은 평창과 다르게 전방위적 종목에서 하나의 응원단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처장도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평화체계가 정착되면 전 세계 유일한 분단도인 강원도가 자연스럽게 주목받게 된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와 교류사업 추진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강원도가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은 "과거 서로를 적대시했던 접경지역에서도 현실적으로 다가온 평화와 통일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남북정상회담 때와 달리 실질적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김기석 강원대 정치외교학과는 "비핵화 문제와 종전 선언 합의 등 어느 정도 예상됐던 실질적 합리적인 수준의 선언이라고 생각된다"며 "그러나 과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도출한 선언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큰 의미가 담긴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관심이 과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측면에서 판문점 선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이행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냉정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도 보였다.
차주건 한국자유총연맹 강원도지부 사무처장은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과거처럼 시간벌기용으로 이용한 채 선언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제 관계나 남북 관계가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 김성운(45)씨는 "선언문에 담긴 역사적인 문구가 유려한 말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한반도 평화를 실질적으로 도출하는 등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후세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 정당도 당리당략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일침을 가했다.
jlee@yna.co.kr
yang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