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아줌마를 울린 두 드라마

입력 2018-04-28 06:19   수정 2018-04-28 08:26

아저씨·아줌마를 울린 두 드라마
SBS '키스 먼저 할까요'·tvN '나의 아저씨'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떠들썩한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지만 특정 집단의 마음을 울린 드라마 두 편이 있다.
40대 이상 아저씨, 아줌마들의 뜨거운 감상평이 이어진다. 그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지난 24일 끝난 SBS TV '키스 먼저 할까요?'와 종영까지 4회가 남은 tvN 수목극 '나의 아저씨'다.
두 드라마 주 시청층이 갈리는 것도 흥미롭다.


◇ 아줌마 사로잡은 감우성의 '키스 먼저 할까요?'
이 드라마의 문을 연 것은 김선아의 기막힌 코믹 연기였고, 문을 닫은 것은 감우성의 쓸쓸한 감성 연기였다. 초반 강렬한 코미디가 사라지자 시청자도 다소 이탈했다. 그러나 감우성을 지지한 아줌마 팬들의 변함없는 '충성' 덕에 이 드라마는 끝까지 8~9%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내일모레 오십인 남녀가 만나 펼치는 두 번째 사랑을 따라간 '키스 먼저 할까요?'는 출발선에서 표방한 '어른들의 멜로'를 끝까지 유지했다. 이미 알 것 다 알지만 그래도 또다시 수줍고 설레는 사랑의 시작을 경쾌하고 코믹하게 조명한 드라마는 후반부에서는 살아온 날들만큼 쌓인 아픈 사연과 점점 커지는 죽음의 그림자를 조명하면서 많은 상황을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아줌마들이 감우성에게 마음을 내주었다. 그가 연기한 '손무한'은 무릎도 쑤시고, 힘도 떨어지고, 심지어 죽을 날을 받아놓은 시한부 인생이다. 그러나 중후하고 속 깊고 섬세하고 지적이다. 40대 이상 여성들은 감우성이 표현해내는 손무한, 손무한으로 변신한 감우성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몰입하면서 끝까지 이 드라마를 지지했다.

◇ 아저씨 사로잡은 아이유의 '나의 아저씨'
'나의 아저씨'에는 아저씨들이 빠져들었다. '나만 몰래 보는 드라마'처럼 이 드라마를 감상하는 양상이다.
'로리타 콤플렉스', 폭력성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드라마지만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리는 것과 같은 감성 라인이 애청자들을 만들었다. 지상파 3사 수목극의 경쟁력이 떨어진 와중에 '나의 아저씨'는 지난 26일 12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6.0% 기록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휴먼 드라마'를 표방하면서 24시간 사생활을 도청하고 온갖 현란한 기술로 누군가를 음해하고 함정에 빠트리는 범죄가 펼쳐져 섬뜩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 마음을 내준 아저씨들은 그같은 설정은 드라마적 장치로 선뜻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해 마음을 닫고 사는 스물한살을 연기하는 아이유의 모습과 연기력에 찬사를 보낸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이뤄놓은 것은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라는 극중 대사로 요약되는 40대 아저씨들의 현실적인 인생이 이 드라마의 기본 토대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43) PD가 최근 간담회에서 주인공 박동훈(이선균 분)을 거론하면서 "박동훈은 꼭 저를 보는 것 같다"며 울먹인 것과 같은 감정을 다른 아저씨들도 느낀다는 반응이다.
"21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따뜻한 말을 건네준 분"이라며 "박동훈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지안의 모습은 그런 아저씨들에게 판타지를 안겨준다.



◇ 쓸쓸하고 스산한…어른들이 공감하는 감성
두 드라마는 코믹하지만 아프다. 웃음을 실어나르지만 그 끝에는 슬픔을 터뜨린다. 40대에 두 번째 사춘기를 경험하는 '어른'들에게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끌어낸다.
꽃청춘이 등장하는 화려하고 예쁜 이야기가 아니고, 주름 자글자글한 배우들이 비루하고 볼품없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까닭에 "칙칙하다"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쓸쓸하고 스산한 분위기, 이미 이꼴저꼴 다 본 것 같지만 여전히 미숙한 이들의 상황과 감정이 마음을 꾹 누른다는 평가다. 공감을 끌어낸다는 점이 이 두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다.
청춘의 사랑에 기댄 드라마도 시청률 1%로 곤두박질치는 현실에서 이러한 호응은 확실히 의미심장하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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