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한반도 전문가가 보는 북미 정상회담 전망 <중국>

입력 2018-04-29 10:00  

4강 한반도 전문가가 보는 북미 정상회담 전망 <중국>
진징이 교수 "북미정상회담에선 비핵화 프로세스 논의될 듯"
"북한 비핵화 조치마다 상응하는 보상 해주는 방식으로 가야"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남북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몇주 뒤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프로세스 등 구체적인 절차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진 교수는 2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에서 통 큰 결단을 통해 냉전구도를 해체하고 동북아 평화 로드맵을 그렸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남북이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의 길이 열렸다면서 다음 단계는 정전협정 당사국인 남북, 미국, 중국 등 4개국이 평화협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문제의 중심축이 북핵에서 경제로 옮겨가면서 동북아 국가들이 한데 묶이는 경제협력 블록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진 교수와의 일문일답.
-- 우선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해 총평해달라.
▲ 남북 두 정상의 통 큰 결단이 냉전 구도를 해체하는 문을 열었다. 이제까지 판문점 '평화의집'은 남북 분단의 상징물이었지만 이제야 그 이름대로 '평화의 상징'으로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한반도 주인인 남북이 함께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가 잘 드러났다. 남북관계를 위한 청사진을 그렸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번영을 위한 로드맵을 그렸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천지개벽의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역사적인 한 장면이 될 수 있다.
-- 이번 남북회담이 북미회담에 어떤 영향 줄 것인가.
▲ 남북회담 성과는 북미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생각한다. 북미 간 직접 접촉이 북미정상회담의 한 날개를 이룬다면 남북정상회담은 다른 한쪽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 하겠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성과로 미국을 최대한 설득해북미정상회담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 남북 정상이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평화협정 절차와 전망은.
▲ 한국전쟁을 참혹하게 치르고 오늘까지도 그 전쟁을 피부로 느끼는 남과 북이 종전 선언을 한다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남북의 종전 선언은 평화에 대한 남북의 열망을 강하게 드러냈으며, 앞으로 이어질 평화협정의 전주곡이 됐다. 평화협정 체결은 북핵 포기와 연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 절차는 사실상 중국이 내놓은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이 되어야 한다. 이제 정전협정 당사국들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프로세스가 시작돼야 한다.
-- 비핵화 로드맵을 큰 틀에서 합의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예상했던 대로 비핵화 이슈에서는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큰 틀' 합의를 이루었다. 비핵화 프로세스는 역시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한국과합의했다는 것은 북한의 강한 핵포기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생각한다.
-- 비핵화의 첫발 뗐는데 비핵화를 위한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한국은 이제 미국에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면서 북한과 함께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논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야 비핵화의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 북한은 한반도 문제의 중심축을 북핵에서 경제 개발로 이동시켰는데 경제 개발을 위한 어떤 조치와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하나.
▲ 두 정상은 기념식수를 하면서 '평화와 번영'을 심는다고 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큰 틀에서 남북관계의 모든 분야를 다루었는데 많은 면에서 10·4 공동선언 정신을 심화하고 경제협력을 위한 큰 밑그림을 그렸다. 북한은 사실 현재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와 한국의 제재만 완화돼도 경제도약을 이룰 준비가 돼 있다. 김 위원장의 로드맵은 세부적인 조치나 요구라기보다는 훨씬 스케일이 더 큰 경제발전 청사진일 것으로 본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은 없나.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는 제재를 언제 어떻게 해소한다는 구체적 로드맵은 없다. 북한이 비핵화에서 얼마만큼 진전을 보이면 얼마만큼 제재 해소로 그에 상응되는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 이후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 어떤 변화 올 것인가.
▲ 한반도 문제는 한반도 분단구도에서 파생한 것이다. 한반도 냉전구도가 그렇고 북핵이 그러하다.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개선된다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이 근본적인 해결에 접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은 한반도 냉전구도를 해체하고 한반도 경제 블록화, 나아가서 동북아의 경제협력 블록화를 지경학(地經學)적 접근으로 한데 묶어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 중국은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나.
▲ 중국은 남북정상회담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남북의 평화와 안정은 중국이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주변조건이다. 중국은 남북과의 균형적 관계를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남북과 중국이 협력해 동북아 경제협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판문점 선언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나.
▲ 평화협정과 관련해 남북미 3자 회담이 거론된 것은 사실상 아직 관계 정상화도 이루지 못하고 적대적 관계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일단은 3자 간 적대적 관계부터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남북미중 4자 회담은 정전협정 당사국들의 회담으로서 평화협정을 궁극적으로 체결하기 위한 회담이다. 중국은 한국, 미국과 수교를 했기 때문에 적대적인 관계의 해소보다도 정전 협정 당사국으로서 빠질 수 없는 책임을 수행하려 할 것이다.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한국에 조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북한은 '경제·핵무력 병진 노선'을 종식하고 경제일변도 전략노선을 선택했다. 북한의 경제발전은 비핵화와 연동돼야 이루어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사실상 개혁개방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비핵화 의지도 강해질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를 읽어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경제도약을 꿈꾸는 북한과 함께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新)경제지도를 그리며 북한의 변화에 힘을 실어 줘야 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개혁개방과 북핵 포기는 연동을 이루는 '동전의 양면'이다. 경제에 올인할수록 핵 포기의 희망이 커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지난 6년간 행보에는 북한경제를 도약시켜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이 되려는 강력한 열망이 담겨 있다. 결국 북한의 핵 포기 여부는 김 위원장의 이러한 개혁개방 의지와 정비례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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