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칠레 성직자 성추행 피해자 면담 시작

입력 2018-04-28 19:06  

프란치스코 교황, 칠레 성직자 성추행 피해자 면담 시작
피해자 "가톨릭 내 성적학대·은폐 문화 종식되는 계기되길"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칠레 주교가 저지른 성추행으로 고통을 받은 피해자 3명에 대한 개별적 면담을 시작했다고 교황청이 발표했다.
교황청은 27일 성명을 내고 "교황은 피해자들이 초청해 응한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이들과 향후 며칠에 걸쳐 만남을 지속할 것"이라며 "교황의 최우선 순위는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이 면담의 비밀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초청에 응해 바티칸에 온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 제임스 해밀턴, 호세 안드레스 무리뇨 등 3명의 말을 충분히 듣기 위해 이들이 원하는 만큼의 면담 시간을 전적으로 보장할 계획이라고 교황청은 덧붙였다.
교황은 지난 1월 칠레 방문 당시 칠레 가톨릭 사상 최악의 성추행 사제로 악명 높은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악행을 은폐한 의혹을 받는 후안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현지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교황은 당시 "증거를 갖고 오면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단 하나의 증거도 없고 모든 것이 중상모략"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바로스 주교는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2011년 면직된 카라디마 신부의 제자로, 교황은 피해자 단체의 반발과 칠레 주교회의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 그를 칠레 오소르노 교구의 주교로 임명했다 .
바로스 주교는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을 몰랐다고 항변해 왔으나, 피해자들은 그가 성추행 장면을 목격하고도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수 년간 주장해왔다.
교황은 칠레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 발언으로)학대받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바로스 주교의 결백을 믿고 있다고 말하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교황은 그러면서 교황청 내 사제에 의한 성추문 조사 전문가인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를 칠레로 파견, 바로스 주교를 둘러싼 성추문 의폐 의혹의 재조사를 명령함으로써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수습 국면으로 들어선 듯 보였다.
그러나, 칠레 성직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바로스 주교의 은폐 의혹을 고발하는 편지를 2015년 교황에게 보냈다는 AP통신 보도가 나온 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로스 주교에 대한 세간의 주장을 알면서도 일부 성직자들의 편향된 보고에 의존한 채 피해자들의 진술을 외면한 게 아니냐는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칠레 성추행 은폐 의혹 재조사를 위해 파견된 특사단이 활동을 마치고 돌아와 펴낸 2천300쪽의 분량의 보고서를 검토한 교황은 지난 11일 공개편지를 통해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가 부족해 상황을 판단하고 인식하는데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며 피해자들에게 거듭 사과하고, 피해자 일부를 바티칸에 초청해 직접 만날 계획을 밝혔다.

한편, 2015년 교황에게 바로스 주교가 카리다미 신부의 성추행을 은폐했음을 알리는 편지를 쓴 당사자이자, 교황 초대에 응해 바티칸에 온 성추행 피해자 3명 중 1명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교황과의 이번 만남이 교회 내 성적 학대와 교회와 주교들에 대한 은폐의 문화가 종식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