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이은 종전ㆍ평화 협정 과정서 목소리 낼 듯
북중관계 개선 급물살…시진핑, 북미 정상회담 직후 방북 유력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향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을 포함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종전 및 평화 협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남북한과 미국 3자 또는 중국이 포함되는 4자 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9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내부에서는 이번 판문점 선언으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는 '차이나 패싱'을 완전히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말 베이징(北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동하는 등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승부수를 던진 게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그동안 중국에서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3자 체제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면서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중국이 포함되는 4자 체제가 포함됨으로써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역할 확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이번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3자 또는 4자 그것도 중국이라는 이름을 명기함으로써 중국의 역할론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진행 과정에서 4자 체제를 기정사실로 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종전선언은 남북한과 미국이 하고 평화협정은 중국까지 참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성명에서 "중국은 유관각국이 대화추세를 유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를 바란다"면서 "중국은 이를 위해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신화통신과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보도에서 중국의 역할이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왕성(王生) 중국 지린(吉林)대 교수는 "한반도 전쟁을 반대하고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해온 중국의 입장은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균형추 구실을 했다"면서 "중국의 노력과 대대적인 지원으로 당사국들이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앞으로도 북한 핵문제 해결 및 가능한 다자 회담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국으로 중국의 참여 없이 남북한과 미국이 정전 상태에서 평화 협정으로 전환해 전쟁을 종식할 수 없다"면서 "중국이 배제된다면 중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에 비핵화에 대한 상호 신뢰가 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향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북중 관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지난달 말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이달 중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이끄는 중국 예술단의 방북 공연으로 북중 우호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인 32명의 사망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일제히 비상한 관심을 보이자 김 위원장이 직접 사고 수습에 나서는 등 북중 관계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 또한 시 주석의 방북설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채 북중 우호 관계와 상호 교류 전통을 강조하고 있어 올해 방북은 유력해 보인다.
유엔의 대북제재 속에서 중국이 최근 들어 대북 생필품 등에 대한 교역 제한을 완화하고 북한 노동자들의 중국 유입이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기존의 엄격한 단속이 서서히 풀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한반도 평화구축이 자칫하면 남북한과 미국이 좌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중관계 강화라는 카드를 통해지속해서 4자 체제 그리고 더 나아가 중국이 주도하는 6자 회담을 통한 최종 해결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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