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집단 보호 문구에 독일인 추가 시도…정치권 "AfD가 존재감 부각하려는 것"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소수집단을 혐오발언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에 다수 독일인을 보호 대상자로 넣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시도하면서 정치권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원내 제3정당인 AfD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독일인을 상대로 한 혐오발언을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내용으로 형법 130조를 수정해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재 형법 130조는 인종·민족·종교 등 특정 그룹에 대한 증오심 선동과 악의적 비방, 허위사실 유포 시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 조항을 '혐오발언법'이라고도 부른다.
이 조항은 소수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으며, '독일인'은 독일의 전체 국민을 지칭하기 때문에 조항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AfD는 독일인이 새로 유입된 난민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AfD의 옌스 마이어 의원은 법안을 제출하면서 "독일인 또한 혐오발언과 조롱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서 "독일 정부는 독일인을 인종차별주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29일 전했다.
그는 또한, "독일 법원은 법 조항을 독일인에 대한 혐오발언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았다"면서 "독일인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손님(난민)만큼 보호받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AfD는 올해 초 비슷한 내용으로 한 차례 형법 개정을 시도했다가 다른 정당의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AfD의 재시도에 대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 등 다른 정당들은 역시 냉담하게 반응했다.
기민당의 인그마르 융 의원은 "독일 법원이 관련 조항을 적용할 때 독일인을 차별한다는 한 조각의 증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의 위르겐 마르텐스 의원은 "AfD가 자신을 희생자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fD의 이런 시도는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존재감을 부각하고, 정치적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법 개정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도 난민에 혐오감을 가진 지지층을 결집 및 확장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특히, 난민 및 이슬람을 상대로 한 AfD 의원들의 잇따른 혐오발언은 130조에 기반한 이른바 '혐오게시물 차단법(네트워크 시행법·NetzDG)'으로 인해 제동이 걸려왔다.
올해부터 시행된 이 법은 소셜미디어 사업자가 차별·혐오 발언이나 가짜뉴스를 방치할 경우 최고 5천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형법 130조에 근거해 인터넷에서 구체적인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이어 의원은 지난 1월 옛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의 아들인 노아 베커를 인종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게시물이 차단당하고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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