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4천㎞ 달린 중남미 '캐러밴' 행렬 겹수난

입력 2018-04-30 11:04  

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4천㎞ 달린 중남미 '캐러밴' 행렬 겹수난
난민 지위 인정받기 어려워…인정되도 가족과 헤어져 생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속적으로 비난하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 행렬이 4천㎞를 행군해 미 국경에 도착한대도 이들 앞에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린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반 이민 정책으로 이들의 미 입국이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데다 난민 보호소 체류 기간 가족과 헤어져 있어야 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 등을 통해 멕시코를 건너 도보나 차량을 이용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 행렬을 지칭하는 '캐러밴'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미 국토안보부에 이들이 미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들의 입국 차단을 위해 국경에 주 방위군을 증병했다.
가난이나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중남미 이민자들은 범죄 위험에 대비하고, 정치적인 관심을 끌고자 무리지어 미 국경으로 향한다. 특히 매년 부활절을 전후해 대규모로 이동한다.
올해는 약 1천명이 출발했으나 중간에 이탈자들 있어 최종적으로 미 국경에 도착한 이들은 이보다 적다.
이미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았지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생중계로 이들이 멕시코를 떠났을 때부터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수개월에 걸친 여정 끝에 '캐러밴' 행렬 일부가 이날 미 국경 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에 도착했지만, 기대보다는 불안이 더 큰 표정이었다.
이들 대다수는 단체로 미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할 계획이다. 대부분은 신청이 거부되나 초기 심사에서 '신뢰할만한 공포'가 있다고 인정받으면 미 이민법원에 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 보호소에서 생활하거나 전자발찌를 차는 조건으로 보호소 밖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불법 체류를 선택한 채 법원 출석일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미 당국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미 당국 관계자들은 국경에 도착한 '캐러밴' 행렬에 국경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허위로 이민 신청을 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미 방위군의 로드니 S. 스콧 미 수석 방위대원은 "이 캐러밴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행동하기 전 생각하라"며 "누군가가 불법 입국하라고 부추기거나 허위 진술을 하라고 말한다면 잘못된 조언이며 당신과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아내와 미국으로 오는 중 출산한 딸과 함께 있던 온두라스 출신 네피 에르난데스(24)는 이같은 광경에 "불안하다"고 현 심정을 토로했다.
에르난데스는 마약을 팔지 않으면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위협을 못견디고 탈출했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처럼 캐러밴 행렬에 가담한 이들은 저마다 절박한 사연이 있다.
엘살바도르 출신 마리아 마그달레나 마르티네스(47)는 MS-13 갱단이 조직원으로 쓰겠다며 아들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며 나머지 가족에게까지 총구를 갖다 대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왔다고 말했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 딸아이를 휠체어에 태운 채 여기까지 온 마르티네스 씨는 그러나 정작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당분간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할지 모른다.
이날 양쪽 국경에는 관련 단체 소속 변호사들이 나와 이들을 맞이하고 필요한 법률 서비스를 안내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출신 변호사인 알렉산드라 바칸은 난민 보호소에서 가족이 흩어져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녀 성별에 따라 나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선 부모와 자녀와 헤어져 있을 수도 있다.
바칸은 "이민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바로 가족과 헤어지는 것"이라며 "이민자들이 준비가 됐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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