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니코티노이드, 꿀벌에 치명적…연말쯤 사용 전면금지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유럽연합(EU)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꿀벌에게 치명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해당 살충제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로, 신경 자극성 살충제다. 꿀벌의 기억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여왕벌 개체 수도 줄인다는 것이다.
꿀벌을 죽인다는 논란 속에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날아다니는 곤충의 75%가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3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지난 27일 네오니코티노이드 사용을 전면 금지키로 합의했고, 올해 말쯤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폐쇄된 온실에서만 이 살충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꿀벌과 다른 곤충들은 식량 생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농작물의 4분의 3은 꿀벌 수분(受粉)을 통해 결실을 맺는다.
과학자들은 최근의 수분량 감소가 광범한 네오니코티노이드 사용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EU는 이에 앞서 2013년 유채꽃처럼 꿀벌들을 유혹하는 화초(花草)에 대해 이 살충제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이 살충제를 야외에서 사용하면 꿀벌이나 야생 벌 모두 치명타를 피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의 살충제가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가 전 세계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최근의 연구도 제시됐다.
EU 집행위원회 비테니스 안드리우카이티스 건강식품안전 담당 집행위원은 "EFSA의 과학적 권고를 바탕으로 한 EU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건강한 꿀벌이 생물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식량 생산, 환경 보호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국제 온라인 청원 커뮤니티 '아바즈'(Avaaz)를 통해 무려 500만 명이 이 살충제 사용 금지를 지지했다.
아바즈 관계자는 "이번 청원은 꿀벌에게는 희망의 신호등"이라며 "EU가 마침내 시민과 과학적 근거, 그리고 농민의 의견을 청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꿀벌은 화학제품과 함께 살 수 없으며 우리는 꿀벌 없이 살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EU의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살충제 제조업체와 일부 농민 단체들은 EU가 지나치게 민감했다고 비난하면서 곡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농작물보호협회(ECPA)는 "EU는 이번 결정으로 곤욕을 치를 것"이라며 "언젠가 농작물 재배에 꼭 필요한 도구를 없앤 데 따른 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전국농민연맹(NFU)은 "이번 금지 결정은 유감스러운 것"이라며 "증거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환경식량농촌부 대변인은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결정이 농민들에게 미칠 충격을 잘 알고 있으며 농민들과 협력해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서섹스대 데이브 굴슨 교수는 "EU의 이번 결정은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하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가 다른 화합물로 대체된다면 결국 제자리를 뱅뱅 돌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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