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귀했던 물질, 소금의 문화사를 조명하다

입력 2018-04-30 14:51   수정 2018-04-30 15:44

금보다 귀했던 물질, 소금의 문화사를 조명하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빛깔 맛깔 때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독일에는 "소금은 이 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모든 보석 가운데 가장 귀중한 것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러시아에는 "빵과 소금은 거절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지역을 불문하고 짠맛을 내는 유일한 조미료인 소금의 가치를 논한 속담은 많다. 예부터 소금은 귀했고, 금보다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인류는 소금을 갈구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5월 1일 기획전시실 두 곳에서 동시에 개막하는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와 '소금_빛깔·맛깔·때깔'은 인류가 필수 물질로 여긴 소금의 문화사와 특성을 조명한 전시다.



'호모 소금 사피엔스'는 박물관이 청바지에 이어 두 번째로 물질문화에 초점을 맞춘 특별전으로, 2014년부터 2년간 라오스·페루·볼리비아 등 11개국 15개 지역에서 진행한 현지 조사와 자료 수집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했다.
30일 열린 간담회에서 박혜령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이루는 두 뼈대는 소금 생산 과정과 소금의 가치"라며 "오늘날에도 인간은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소금과 함께한다고 할 정도로 소금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인류가 소금을 구하기 위해 걸어온 길을 소재로 만든 동영상과 소금과 관련된 주요 사실을 정리한 패널로 구성된 프롤로그 부분을 지나면 소금 생산을 다룬 제1부 '자연, 소금을 허락하다'가 나온다.
소금은 바다 혹은 과거에 바다였던 곳에서 난다. 생산 방법은 건조·끓이기·채굴·태우기로 나뉘는데, 이에 따라 천일염(天日鹽)·자염(煮鹽)·암염(巖鹽)·회염(灰鹽)이 각각 만들어진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 소금광산 채굴 모습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인도 구자라트 지역 염전 종사자 다나바이(61) 씨와 가족이 살던 임시가옥, 내륙국 라오스에서 사용한 소금 생산 가마를 볼 수 있다.
전시실 중앙에는 대형 스크린으로 세계 15개 지역 소금 생산 모습과 도구를 비교할 수 있는 미디어 테이블을 설치했다.



이어 제2부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는 '짠', '흰', '불변의', '귀한' 등 네 가지 주제어로 소금의 가치를 전한다.
음식 맛에 깊이를 더하는 소금은 흰색이어서 순수함과 깨끗함을 상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굿판을 벌일 때 소금을 뿌렸고, 고대 이집트 신관도 정화 의례에 소금을 사용했다.
짜고 하얀 속성 외에도 소금은 오래 지나도 변하지 않아 약속이나 동맹을 나타냈고, 세계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전매품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에는 벽에 손을 대면 폭죽, 볼펜, 제설제, 염색 스카프, 살충제, 제습제, 세제, 링거액 등에서 소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하는 인터랙티브 전시물도 마련했다.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세계에 전하는 소금 관련 속담, 소금을 소재로 한 문학과 영화를 보면서 소금이 여전히 중요한 물질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소금_빛깔·맛깔·때깔'은 현대 미술작가 24명이 소금을 주제로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차동훈이 제작한 영상 작품이 빛깔, 이동춘이 촬영한 사진 작품이 맛깔, 공예작가들이 만든 가구와 그릇이 때깔에 해당한다. 박물관 마당에 있는 오촌댁에도 작품을 전시한다.
호모 소금 사피엔스는 8월 19일까지, 빛깔·맛깔·때깔은 5월 31일까지. 다만 오촌댁 작품은 8월 19일까지 볼 수 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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