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는 8월 구제금융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가 터키와의 분쟁에 대비해 전투기 현대화 사업에 거액을 쏟아붓는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국산 F-16 전투기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85대의 성능 보강 작업 예산으로 12억 유로(약 1조5천500억원)를 투입하기로 하는 방안을 지난 28일 승인했다.
그리스는 작년 10월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F-16 성능 개선 작업 수행에 합의하고, 2027년이나 2028년까지 미국 측에 이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8년째 국제채권단으로부터 지급 받은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이처럼 국방 부문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에게 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이웃 나라 터키와의 갈등이 최근 증폭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나라는 나란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이지만, 수 십 년 동안 에게 해 영유권, 키프로스 통일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해 온 앙숙이다.
2016년 7월 터키에서 일어난 쿠데타 시도 후 그리스로 달아나 망명을 신청한 터키 군인 8명의 송환을 놓고 더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는 지난 달 초 악천후 속 양국 국경 지대에서 길을 잃어 터키로 진입한 그리스 병사들을 터키 측이 간첩 미수 혐의 등으로 구금하며 한층 더 얼어붙었다.
파노스 캄메노스 그리스 국방장관은 이런 가운데, 군사력 증강의 일환으로 소형 구축함 2척을 프랑스로부터 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한편, 그리스는 나토가 회원국에게 목표로 제시한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의 국방비 지출'을 달성하고 있는 몇 되지 않는 나라 중 하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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