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일담…文 대통령 "도보다리 산책 영상, 내가 봐도 좋더라"
"백두산흙 정성담겨"…'북한 표준시 조정' 김여정도 "처음 듣는 얘기"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의 체육 교류를 농구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4·27 남북정상회담 후 첫 공식일정으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던 중 이런 뒷얘기를 털어놨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밝혔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경평축구'보다는 농구부터 (교류)하자"라며 "세계 최장신인 리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우리(북한)가 강했는데, 리 선수가 은퇴한 뒤 약해졌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 남한에 상대가 안 될 것 같다"며 "남한에는 2m가 넘는 선수들이 많죠"라고 물었다고 문 대통령이 떠올렸다.
김 위원장은 '농구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전직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이제까지 북한을 다섯 차례 방문해 김 위원장을 두 번 만난 것 역시 농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정'을 잘 드러낸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양국 정상 간 직통전화(핫라인)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언제든 걸면 받는 전화인가"라고 묻고, 문 대통령이 "그런 건 아니다. 서로 미리 사전에 실무자끼리 약속 잡아놓고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화제가 됐던 '도보다리 산책' 영상에 대해서도 "그렇게 좋을 줄 몰랐다. 내가 봐도 좋더라"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도보다리 산책에서 대화를 나눌 때는 대화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수 없었다. 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에 돌아와 방송을 보니, 정말 조용하고 새소리가 나는 그 광경이 참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쁜 것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비무장지대를 잘 보전하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큰 자산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도보다리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묻고 문 대통령이 답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됐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상에 대해 질문을 받자 "솔직 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동 기념식수에 사용된 백두산 흙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그냥 삽으로 퍼서 가져온 것이 아니고, 정성이 담긴 흙이더라"라고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흙이 그냥 흙이 아니다. 백두산은 화산재로 덮여 있어 백두교에서 장군봉 마루까지 흙이 없다"며 "흙을 가져오기 위해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만경초라는 풀을 뽑아, 그 뿌리에 묻어있는 흙을 털어서 모아왔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는 정상회담에 참여한 북측 인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설명한 내용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도 회담 뒷얘기를 털어놨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위원장이 '북한 표준시' 조정 문제를 거론할 때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미리 알고 있었는지를 물었고, 이에 김 부부장은 "저도 여기서 처음 듣습니다"라는 답을 했다고 소개했다.
주영훈 경호처장은 두 정상 부부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먼저 타라며 손짓을 하고, 리설주 여사가 타려고 할 때도 김정숙 여사가 먼저 탈 수 있도록 슬그머니 손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봤다고 떠올렸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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