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빨라지는 '평양시간'…"북한 혼란 크지 않을 듯"

입력 2018-05-01 07:00  

30분 빨라지는 '평양시간'…"북한 혼란 크지 않을 듯"
3년 전으로 원상복귀…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아
전산·PC·휴대전화에 적용 전망…"금융 등 일부 분야서 혼선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북한이 5일부터 한국보다 30분 느린 자체 표준시 '평양시간'을 한국과 맞추기로 하면서 북한 사회 전반의 변화가 예상된다.
물류, 항공, 금융 등 일부 산업 분야에서는 초기 혼선이 예상되나 평양시 도입 전인 3년 전으로 원상 복귀하는 수준이라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표준시 변경으로 북한 당국은 통신, 물류, 금융 등 각 분야 전산 시스템의 시간 설정을 당장 바꿔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전날 표준시 변경을 공식 발표하며 내각과 해당 기관에 실무적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각종 전산 시스템을 연결하는 통신망의 경우 시간 변경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게 국내 업계의 설명이다. 통신사나 장비 제조사가 설정값만 바꿔주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신 기기나 장비의 시간 설정은 타임서버에서 끌고 온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스마트폰 타임서버는 구글 데이터베이스의 시간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G와 3G 휴대전화는 별도의 운영체제가 없기에 통신사 기지국에서 시간 정보를 가져온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이 해당 기관이나 통신사, 장비 제조사에 표준시 변경을 요구하거나 자체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표준시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동통신사는 이집트의 오라스콤, 휴대전화는 자체 제품을 주로 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휴대전화 가입자는 약 400만명으로 대다수는 2G와 3G폰일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사 기지국을 통한 시간 변경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인터넷은 일부 기관을 제외하고 대부분 외부와 차단된 내부망인 '광명'을 쓰기에 업데이트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PC는 리눅스 기반의 자체 OS '붉은별'을 사용하거나 윈도 구 버전을 불법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OS를 업데이트하거나 이용자가 직접 시간 설정을 바꾸면 된다.
북한은 2015년 8월 15일 평양시를 도입할 당시에도 '붉은별 3.0' 버전과 자체 스마트폰에 업데이트 방식으로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애플도 9월부터 자사 제품의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며 평양시를 반영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주의체제라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오면 바로 실행될 것"이라며 "3년 전으로 돌아가는 데다 외부와 교류가 적어 표준시 변화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타임서버에 새로운 표준시가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15년 평양시간 도입 당시에는 발표부터 도입까지 열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일주일에 불과해 일시에 적용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표준센터장은 "바뀐 시각 정보가 통신망을 타고 곳곳에 있는 타임서버에 전파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사이 두 개의 표준시가 혼재할 수 있어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기존 표준시에 1초의 시간을 추가하는) '윤초'(潤秒)가 시행될 때 발생하는 혼란과 유사하다"며 "금융 시스템의 경우 거래의 선후 관계가 바뀌는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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