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맨섬에 '변화의 바람'…동성결혼 이어 낙태도 허용하나

입력 2018-04-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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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령 맨섬에 '변화의 바람'…동성결혼 이어 낙태도 허용하나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아이리시 해에 자리 잡은 영국 자치령인 맨섬(Isle of Man)이 그동안의 엄격한 낙태 제한 정책에 수정을 가할 것으로 전망돼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맨섬 의회에는 낙태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상황에 따라, 또 여성 본인 의사에 따라 이를 허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법안은 오는 5월 1일 세 번째 독회에 회부된 만큼 조만간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8만8천명의 맨섬에서는 매년 10건 미만의 낙태가 시행되고 있다. 반면 연간 100여명이 영국 개인병원을 찾아 낙태 시술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른 비용은 2천 파운드(한화 약 3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새 법안이 통과되면 임신 14주까지는 임신부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24주까지는 태아 기형이나 심각한 사회적 이유가 있을 경우 낙태가 허용된다. 24주 이후에는 태어나 산모 생명에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법안은 낙태 이전과 이후에 상담을 거치도록 하고, 개인적 신념 등과 배치될 경우 의료진이 치료에 관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낙태법 수정안은 2년 전 '낙태법 현대화 캠페인(Campaign for Abortion Law Modernisation(Calm)'이 활동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단체의 스테퍼니 켈시는 "새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여성들에게 미쳤던 부정적인 영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맨섬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이자 맨섬 의회 의원인 앨릭스 앨리슨은 "이번 독회가 '형식상의 절차'에 그치고 법안을 빨리 입법부로 통과시켰으면 한다"면서 "법안은 맨섬의 여성들에게 50년 이상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맨섬은 1992년에야 동성애가 합법화되는 등 그동안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이었으나 지난 2016년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최근 진보적 색채의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앨리슨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맨섬을 고리타분하고 이상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영국 보다 더 진보적인 낙태 수정안을 통과시키면 맨섬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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