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슐츠 교수팀, 레이저 이용 관측 속도·정밀도 향상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눈에 안 보이는 분자의 성질을 정확하고 빨리 파악하는 획기적인 측정기술이 개발됐다.
이는 레이저 측정으로 분자의 여러 성질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로, DNA 염기나 천체물리학에서 연구하는 분자 측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자연과학부 화학과 토마스 슐츠 교수팀이 레이저로 분자 고유의 회전을 관측해 분자 구조와 질량을 모두 파악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슐츠 교수가 2011년 사이언스(Science)에 처음 보고한 '상관 회전 정렬 분광학'(Correlated Rotational Alignment Spectroscopy·이하 CRASY)을 더욱 향상한 후속 기술이다.
CRASY는 레이저를 두 번 쏘아서 분자를 인위적으로 회전시키고, 관측하는 기술이다.
첫 번째 레이저는 분자를 회전시키고, 두 번째 레이저는 회전하는 분자를 관측한다.
두 번째 레이저로 측정한 정보를 분석하면 분자 구조, 질량, 에너지, 진동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슐츠 교수는 "기존 분광학에서는 분자 구조나 질량 같은 정보를 측정하는 개별 기술이 따로 존재해 측정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한 번만 측정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 빠르고 손쉬운 기술은 세계에서 CRASY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분자의 회전은 사람 지문처럼 고유한 지표다. 어떤 분자가 무엇을 중심축으로 삼고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는지를 보면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관건은 분자가 회전하는 아주 짧은 순간을 재빠르게 포착하는 데 있다.
이런 장면을 여러 장 모은 스펙트럼(spectrum)으로 전체 회전을 파악해야 정확한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분자의 회전 순간순간을 재빠르게 포착한 초고해상도 회전 스펙트럼을 얻기 위해 몇 가지 기술을 추가했다.
그 결과 회전 스펙트럼의 정밀도가 높아졌고, 기존보다 짧은 시간만으로도 레이저 측정을 끝낼 수 있게 됐다.
먼저 분자가 회전하는 찰나의 장면을 세세히 잡으려면 레이저 간격을 조정해 여러 번 측정해야 한다.
분자를 회전시킨 뒤 관측용 레이저를 쏘는 시간 간격을 다르게 하면서 각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다.
이 자료를 모으면 1피코초(ps·1조분의 1초)마다 찍힌 전체 스펙트럼이 된다.
전체 측정 시간은 레이저 이동 거리를 늘려서 지연시키는데, 일반적으로 거울로 레이저를 반사해 멀리 돌아가게 한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레이저 이동 거리를 무한정 늘리기는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슐츠 교수팀은 작은 거울과 전기신호를 이용하는 방법을 융합해 레이저의 이동 거리를 90m까지 늘였다.
그 결과 측정 시간은 300나노초(ns·10억 분의 1초)까지 지연됐고, 그만큼 회전 스펙트럼의 정밀도도 높아졌다.
슐츠 교수는 "이번 연구로 향상된 CRASY는 기존에 분별이 어려웠던 불균일 시료나 동위원소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며 "다양한 분자 구조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기초 분자과학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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