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과장·와전됐다"며 진화 나서…7일 노동조건 MOA 협의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가사도우미 구출작전'으로 촉발된 필리핀과 쿠웨이트 간의 외교갈등이 진정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양국은 지난달 초 필리핀 외교부가 쿠웨이트에 가사도우미로 취업했다가 고용주에게 학대당한 자국 여성 20여 명을 구출하는 작전을 편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쿠웨이트 정부는 지난달 26일 자국 내 필리핀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 명령하고 주필리핀 자국 대사를 소환한 데 이어 가사도우미 구출작전에 참여한 자국 내 필리핀 대사관 직원 3명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에 맞서 지난달 29일 쿠웨이트에 근로자 송출을 영원히 금지하겠다면서 쿠웨이트에 취업한 자국민에게 귀국을 촉구하는 초강수를 둬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양측이 동시에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고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가 1일 보도했다.
나세르 알수바이 쿠웨이트 외무차관은 "이번 가사도우미 논란은 극히 일부의 사례가 과장됐고 큰 오해로 벌어졌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필리핀 정부와 허심탄회하게 계속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버스트 벨로 필리핀 노동부 장관도 "쿠웨이트에 근로자 송출을 영원히 금지하겠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말은 와전됐다"면서 "근로자 송출금지는 양국이 근로조건에 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기 전까지만"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벨로 장관은 또 양국 간 외교갈등을 해소하고 MOA 체결을 위해 오는 7일 외교부 관료들과 함께 쿠웨이트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국이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기로 한 것은 필리핀 근로자 송출 중단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양측이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쿠웨이트에는 26만명에 달하는 필리핀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7만명이 저임금 가사도우미로 추산된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월 쿠웨이트에 사는 레바논-시리아인 부부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살해한 뒤 1년간 냉장고에 숨겼다가 발각되는 일이 발생하자 쿠웨이트에 근로자 송출을 금지한 바 있다.
필리핀 정부는 쿠웨이트에 자국 가사도우미들이 여권과 휴대전화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권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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