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유명 성인잡지 '플레이보이'(Playboy)의 로고를 디자인한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폴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
30일(현지시간) 시카고 선타임스는 "디자인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인기 많은 로고 중 하나"인 플레이보이 토끼 머리 로고를 만든 아트 폴이 지난 28일 시카고 자택 인근 프레즌스 세인트 조지프 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계 이민자의 아들로 시카고에서 태어나 시카고미술학교(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를 졸업한 폴은 1953년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1927~2017)의 제안으로 로고를 제작,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턱시도 타이를 매고 귀를 쫑긋 세운 토끼' 로고는 '플레이보이 제국' 건설의 구심점이 됐다는 평을 듣는다.
헤프너는 생전에 "폴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플레이보이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를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잡지 아트 디렉터 중 한 명"으로 극찬한 바 있다.
폴이 그린 플레이보이 토끼 로고는 열쇠고리와 전화기 케이스에서부터 보석, 향수, 속옷, 티셔츠, 핸드백, 심지어 공책과 침구세트에까지 새겨졌다.
하지만 번식력 왕성한 토끼를 이용해 이 유명 로고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단 30분에 불과했다. 폴은 지난 2014년 "반시간 만에 꽤 괜찮은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며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처음엔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리라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헤프너가 뽑은 첫번째 직원"인 폴은 플레이보이 아트 디렉터로 약 30년간 일하다 1982년 은퇴했다. 은퇴 후에는 개인 작업에 집중하면서 미국 내외에서 전시회를 개최했고, 시카고 현대미술관 등의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그는 1986년 아트디렉터클럽(ADC)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2008년 미국 그래픽 아트 협회(AIGA) 시카고지부 펠로우로 선정되는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폴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플레이보이 예술창작 총책(CCO)인 헤프너의 아들 쿠퍼 헤프너(26)는 소셜미디어에 "세상은 '디자인계의 전설'을 잃었고, 플레이보이는 가족 한 명을 떠나보냈다"며 애도했다.
폴의 부인 수전 시드는 폴이 말년에 안구질환 황반변성으로 시력이 약화되고 손을 사용하기 어려웠음에도 최근까지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고 전했다.
폴은 부인과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었고, 2명의 손자가 있다. 가족들은 1일 조촐한 장례식을 갖고, 오는 6월 정식 추념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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