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걸어서 소풍 가던 금강산 옛길 꼭 가보고 싶네요"

입력 2018-05-01 16:59  

[르포] "걸어서 소풍 가던 금강산 옛길 꼭 가보고 싶네요"
금강산 내금강까지 32km…육로로 가는 가장 짧은 길
남북정상회담 이후 관광객 2배 이상 늘어 관심

(양구=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금강산 가는 옛길이 이어지면 군사지역에서 관광지로 발전이 될 테니 더없이 좋을 겁니다."
1일 강원 양구군 최전방 '금강산 가는 옛길'을 찾은 관광객 방찬면(60·경기)씨는 희망을 가득 품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냉전의 대명사이던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추진키로 하자 많은 사람이 금강산 육로 관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관심과 함께 '또 하나의 관광 루트'가 주목받고 있다.
북한 금강산으로 향하던 도로인 옛 31번 국도는 강원 양구군 최전방 방산면 최전방 두타연 관광지에서 끊겼다.
두타연 관광지 출입은 방산면 이목정과 동면 비득 안내소 2곳에서 이뤄지며, 신청서만 작성하면 바로 통행이 가능하다.
두타연은 군사분계선과 근접한 탓에 안내소를 통과해야 한다.
판문점 선언 이후 이곳 두타연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남북 간 긴장완화와 화해협력 분위기 속에 '민족의 혈맥'이 다시 연결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27일 이후 두타연을 찾은 관광객은 28일 553명, 29일 334명 등 주말 이틀간 모두 887명이 몰렸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1일 82명, 22일 370명 등 이틀간 452명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양구군 관계자는 "최근 두타연 관광을 위해 출입절차나 위치 등을 물어보는 문의전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군부대 안내를 받아 처음 만나는 곳은 두타연. 북한 내금강에서 발원해 북한강의 지류인 수입천 상류다.
반세기 넘게 출입이 제한적으로 이뤄진 탓에 국내 최대 열목어 서식지이자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 서식지로 유명하다.
이 골짜기에도 진달래와 형형색색의 봄꽃이 만개했다.
두타연을 따라 걸으면 새소리, 물소리가 섞여 그대로 자연이 된다.
한국전쟁 최대의 격전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꽃잎 안고 흘러와 폭포를 만나면 은옥같이 흩어지는 하얀 포말은 이전의 긴장과 증오를 씻겨내는 듯하다.


길을 걷다 만나는 한반도 형상을 꼭 빼닮은 기암괴석 앞에서 관광객은 휴대전화로 비경을 담느라 몸짓이 바쁘다.
전북 익산에서 찾은 최모(82·여)씨는 "평생 처음으로 최전방 두타연을 찾았는데, 때 묻지 않은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며 "당장 금강산은 못 가 보지만, 하루빨리 다녀오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두타연을 따라 12km에 걸친 길을 걷다가 약 8km 지점에 이르면 '금강산 가는 길'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서 있다.
하야교 삼거리는 금강산을 가던 나들목이었다.
그 길은 6·25전쟁 후 막혀 여기서부터 더는 갈 수 없다.
약 10km 안팎 더 가면 금강산 내금강이다.
민간인이 갈 수 있는 31번 국도의 종점에서 바라본 금강산 가는 옛길은 풀숲에 가려 흐릿하게 흔적만 보인다.


울퉁불퉁 비포장길은 적막함으로 채워져 있지만, 계절의 푸름은 기세차다.
금강이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이는 관광객은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이병득 문화관광해설사는 "관광객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녘땅을 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 평화협정과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 통일의 염원을 품은 외지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내금강을 가는 최단거리 31번 국도가 인접한 이곳이 하루빨리 금강산 관광이 복원되길 기원하는 소망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31번 국도는 부산에서 함경남도 안변군까지 남북을 종단으로 있는 도로로 1938년 일제 강점기에 건설됐다.
당시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지어진 도로였지만, 세월이 흘러 금강산을 가는 주요 도로로 활용됐다.


과거 철원에서 운행했던 전기철도가 관광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한 탓에 경춘철도로 춘천역에 내려 다시 버스로 양구까지 와서 금강산으로 갔다고 전해진다.
특히 이 길은 가장 빨리 금강산 내금강까지 가는 육로다.
금강산 장안사까지는 35km 남짓한 거리에 불과하다.
양구지역 나이 지긋한 토박이들은 장안사까지 소풍을 다녀온 기억도 갖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김모(76·여·서울)씨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 남북 관계가 많이 좋아진 만큼 앞으로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힘을 합쳐서 더 큰 미래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며 "할아버지와 함께 손잡고 가던, 금강산 가는 길을 꼭 가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김씨의 증조부는 고향이 북한 원산으로 6세 때 월남해 7세에 한국전쟁을 겪은 탓인지 앞으로 다가올 남북 관계에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장의 탄약 냄새가 진동했던 피의 능선과 단장의 능선을 뚫고 뻗은 금강산으로 가는 31번 국도.
곳곳에 적힌 지뢰 표지와 전시된 녹슨 철모, 비석이 당시 전쟁의 아픔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하지만 분단 70년 만에 마침내 찾아온 남북 화해 물꼬가 DMZ를 가로질러 '내금강 관광 루트'까지 틀 수 있을까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h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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