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에는 선의로 대하라" 주문…美와 '주도권 싸움' 관측
"주한미군의 '비전투원 후송훈련', 북침 가정 전쟁연습" 비난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미 간의 정상회담 준비 논의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북한 매체들이 최근 미국의 대북제재·압박 담론을 잇달아 비난하며 "상대를 존중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일 논평에서 "미국의 일부 불순세력이 우리의 전략적 결단을 시비질하며 '제재 압박' 망언을 계속 줴쳐대는(지껄이는) 것은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진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자들의 잠꼬대"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얼마 전 백악관 관계자들은 조선(북한)이 전원회의를 통하여 한 약속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는 알 수 없다느니, '폐기' 의사 표명은 없다느니 하며 횡설수설했다"면서 "상대를 예의 있게 대하고 존중하는 법부터 배우는 것이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취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의 결정은 '전략적 결단'이며, 미국이 그 진의를 불신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논리다.
북한은 제재·압박 때문에 자신들이 태도를 바꿔 북미대화에 나섰다는 식의 주장에도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새로운 평화시대의 개막/판문점 선언의 의미와 파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늘의 격동하는 정세는 미국과의 핵 대결전에서 통장훈(장기에서의 외통장군)을 부른 조선의 주동적인 조치와 성의 있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적대국들은 조선의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조선의 행동을 '제재 압박의 효과'로 단정하며 앞으로 일어나게 될 사태 진전을 조선의 '일방적 무장해제'로 광고하고 있다"면서 "진실을 가리기 위한 정보조작"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북미대화와 관련해 "조선의 평화 실현을 위한 목표는 미국의 핵전쟁 위협의 완전한 제거"라며 "자기 결단에 상응한 교전 상대의 결단을 당연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 민족끼리'도 같은 날 "선의에는 선의로 대답하는 것이 옳은 처사"라며 "우리가 이번에 주동적이며 획기적인 사변적 조치를 취한 것만큼 앞으로 조미(북미)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가 하는 것은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도 북한의 결단에 상응하는 성의와 결단을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북한의 비핵화 결단에 대해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대가가 필요함을 지적한 셈이다.
이런 태도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에 '견제구'를 날리며 일종의 주도권 싸움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의 흐름 자체를 북측이 끌고 가겠다,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전체적인 판을 좌우하는 주장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진행된 주한미군의 '비전투원 후송훈련(NEO)'에 대해 "북침을 기정사실화한 전쟁 연습"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통신은 이 훈련과 관련해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에 역행하여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긴장 상태를 격화시키려는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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