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 이스라엘 주장에 '아전인수' 반응 제각각(종합)

입력 2018-05-01 20:53  

"이란 핵개발" 이스라엘 주장에 '아전인수' 반응 제각각(종합)
"IAEA가 종료됐다고 확인한 핵무기 프로젝트" 반론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이 2015년 7월 핵협상 타결 뒤에도 핵무기를 계속 개발한다고 주장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른바 '이란은 거짓말했다' 프레젠테이션에 이해 당사자의 반응이 각자의 시각에 따라 분분하다.
그의 의혹 제기에 비판하는 여론이 대체적이다.
이미 다 알려진 이란의 15년 전 핵무기 개발 계획의 자료를 제시했을 뿐 이 계획이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그의 논리가 비약됐고 새로울 것 없는 자료를 근거로 이란에 대한 지나친 편견 속에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핵 개발과 관련한 방대한 기밀 자료를 확보했다면서 원본 일부를 공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자료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올해 1월 테헤란 남서부 슈러버드 지역에 있는 창고로 위장한 비밀 시설을 야간에 급습해 당일 이스라엘로 빼냈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주권침해 행위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료가 1999∼2003년까지 이란이 진행한 핵무기 개발 계획인 '아마드 프로젝트'의 기밀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문서와 사진, 동영상을 보여준 뒤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란 핵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가 2018년에도 SPND라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비밀 조직의 책임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포르도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아마드 프로젝트의 일부로 설계됐고 이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수년 뒤까지 계속 가동됐고 아직도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포르도 핵시설에 원심분리기 초기 모델만 남겼으며 농축, 저장을 중단했다. 이를 IAEA가 사찰을 통해 확인했다.
그는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15년 12월 이란의 과거·현재의 핵무기 개발(PMD)를 사찰했을 때 이란은 아마드 프로젝트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면서 "이란은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즉, 이란이 2003년 끝난 핵무기 프로젝트를 현재까지 몰래 계속한 정황이 있고, IAEA에도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준수한다는 것도 믿을 수 없으니 이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IAEA가 2015년 12월 낸 이란 PMD 보고서는 "IAEA의 사찰 결과 이란은 2003년 말 이전부터 핵무기개발과 관련된 활동을 했고 2003년 이후에도 일부 진행됐다. 2009년 이후로는 핵무기 개발 활동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확인했다.
따라서 네타냐후 총리가 '스모킹 건'(범죄의 결정적 증거)으로 내세운 아마드 프로젝트는 새로운 게 아니라 IAEA가 이미 종료됐다고 검증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이란 측은 당연히 그의 폭로 방식의 의혹 제기에 대해 "유치하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논평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거짓말을 참지 못하는 양치기 소년이라고 폄하했다.
트럼프 정부에 비판적인 미국 NYT도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여전히 개발한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이란이 과거에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비밀도 아니고, 그것 때문에 미국 전임 행정부가 제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IAEA도 비슷한 자료를 공개한 적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조차 "총리가 제시한 것은 '스모킹 건'이 아니라 스모킹 건을 찍은 몇 년 전의 사진뿐이었다"면서 "쇼는 멋있었지만 (주장의) 허점이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이란 핵협상에 참여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일 "이란이 핵합의를 지키는지 검증하는 주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아니라 IAEA 한 곳"이라면서 "일단 그의 주장으로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 말이 100% 옳았다는 점이 진실로 입증됐다"며 "이건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응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공개된 자료로 2002년 프랑스와 동맹국이 밝혀 낸 것처럼 이란 핵프로그램의 일부가 민간용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면서도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모든 활동은 핵합의로 영구 금지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핵합의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란 핵프로그램 제한에 현재처럼 제한을 두지 않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란에 핵합의를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이란은 이를 거부했다.
핵합의 이행을 분기마다 검증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09년 이후 이란이 핵 폭발장치 개발과 관련해 활동했다는 어떤 믿을만한 징후가 없다. 이 문제에 대한 고려는 2015년 12월 보고서로 종료됐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네타냐후 총리의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 유예를 더는 연장하지 않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기획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2일 제재 유예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연장하지 않으면 핵합의를 위반하게 된다.
이와 관련, 그는 "핵합의를 탈퇴하더라도 진정한 합의를 위해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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