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5년 전에 한 소녀의 초상화를 크리스티 경매에 내놨다.
1940년대 미술사가의 평가에 따르면 이 작품은 '17세기 유럽 최고의 화가'로 불렸던 거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제자 작품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경매 추정가는 불과 2만∼3만 달러(한화 약 2천100만∼3천200만원)에 불과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다른 작품 구입에 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이 작품을 경매에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경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경쟁 끝에 62만6천500 달러(약 6억7천만원)의 고가에 팔린 것이다.
당시 낙찰 가격은 이 작품이 루벤스 본인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했고, 결국 수년 뒤 전문가들이 이를 루벤스 작품으로 판명했다고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초상화는 오는 5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등장할 예정인데, 추정가는 300만∼500만 파운드(약 44억∼74억원)에 달한다.
이 작품은 루벤스의 유일한 딸이었던 클라라 세레나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세레나가 전염병으로 죽기 직전인 1623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됐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린 뒤 전문가들이 다시 감정한 결과 루벤스 작품임을 확신했고, 이후 루벤스의 생가이자 스튜디오였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개조된 벨기에 안트워프의 '루벤스하우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스코티시 내셔널 갤러리' 등에서 루벤스 작품으로 전시됐다.
미술 전문가이자 딜러인 벤더 그로스베너는 "의심할 여지 없는 루벤스 작품"이라며 "전적으로 루벤스의 방식과 기술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루벤스 초상화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돈이 필요하지 않은 기관(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왜 2만∼3만 달러에 리스크를 감수했는지 의문"이라며 "루벤스 작품이 아니라고 완전히 확신할 때까지 계속 갖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이 작품의 특성에 대해 과거에도 논란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 시기 작품에 대한 우리 감정 능력을 고려하면 우리는 여전히 작품을 처분하기로 했던 당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 크리스티 경매의 헨리 페티퍼는 "루벤스는 의뢰받은 작품 말고 개인적으로 가족들을 그렸을 때는 좀 더 자유롭고 즉흥적인 스타일을 보였다"면서 "클라라의 초상화는 뚜렷한 특징과 부드러움 느낌을 주는데, 작가가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루벤스의 작품은 당시 귀족들과 부유한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학자이자 사업가였던 루벤스는 잉글랜드와 스페인 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