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10개 구단, 응원가 저작권 관련 공동 대응…1일부터 등장곡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일부터 KBO리그 경기가 열리는 모든 야구장에서 잠시 선수의 등장곡을 들을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와 KBO리그 소속 10개 구단은 응원가 저작권과 관련한 이슈를 법적으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총 21명의 작사, 작곡가는 최근 삼성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10개 구단은 등장곡 사용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등장곡이 사라진 첫날 야구장은 마치 국에 다진 마늘이 빠진 것처럼 허전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서울 잠실구장을 찾은 직장인 김희진(33) 씨는 "양의지의 등장곡인 박재범의 '좋아(JOAH)'를 가장 좋아한다. 응원가는 남았지만, 등장 곡이 사라진다니 허전하다. 어서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두산 응원단은 두산 타자가 타석에 등장했을 때 등장곡 대신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팡파르를 짧게 틀고 곧바로 응원가로 넘어갔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 썼던 팡파르 효과음을 당분간 활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중석의 분위기를 띄워야 할 응원단장에게 '응원곡 금지'는 난감한 사건이다.
한재권 두산 응원단장은 "팬들께서 경기를 관람하는 데 불편을 끼쳐드렸다는 게 가장 큰 부분이다. 작년부터 구단도 해결에 노력을 다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등장곡이 사라진 건 선수에게도 허전한 일이다.
두산 내야수 류지혁(24)은 "당분간 타석에 들어갈 때 노래를 못 듣는다니 아쉽다. 선수에 따라서는 등장곡이 사라진 게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익숙한 등장곡과 함께 타석에 들어가는 게 루틴인 선수가 있고, 그 노래가 나왔을 때 잘 친 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장 응원가 저작권 문제가 처음 불거진 건 2016년이다.
이후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응원가의 작사, 작곡가와 개인적으로 계약하거나 아예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음악으로 교체했다.
덕분에 응원가는 대부분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등장곡이 문제가 됐다.
등장곡은 편곡이나 개사 없이 원곡의 일부분을 그대로 틀지만, 이것조차 저작인격권을 저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응원가 관련 두산 실무 담당자는 "원곡의 일부만을 트는 게 저작인격권을 저촉하는 게 아니라는 판례도 있지만, 법무법인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작게나마 있으니 당분간은 등장곡을 내보내지 않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며 "저작권협회에서도 구두로는 (저작인격권을 저촉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현재 답변서를 공식으로 요청한 상황이며, 빠르면 1개월이면 해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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