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밀친 사실만 인정…폭행 혐의 피하려는 전략
"회의 중단 업무방해 아냐, 내가 책임자"…경찰, 구속영장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논란을 빚은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가 경찰 조사에서 사실상 모든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2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조 전 전무는 폭행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부인했다. 또 유리컵을 던졌다는 의혹과 관련 제기된 특수폭행 혐의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조 전 전무는 전날 오전 10시께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2일 새벽 귀가했다.
조 전 전무는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업체 A사 팀장 B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조 전 전무는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사람을 향해 뿌린 것이 아니라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출입구 방향으로 손등으로 밀쳤다"고 진술했다. 다만 조 전무는 종이컵을 밀치는 과정에서 음료수가 튀어서 피해자들이 맞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종이컵을 밀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피해 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 고의로 회의 참석자를 향해 음료를 뿌린 것이 아니라 단순히 종이컵을 밀친 것이 사실이라면 폭행 혐의도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혐의와 관련해 조 전무와 참고인·피해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회의가 중단된 데 대해 조 전 전무는 자신이 해당 업무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는 총괄책임자이고 본인 업무라고 주장하며 업무방해 혐의도 부인했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폭언이나 폭행으로 광고대행사 업무를 중단시킨 것으로 보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회의에서 광고업체는 광고 동영상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 전무에 의해 중단돼 광고업체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전무는 대한항공의 광고 담당 전무였던 자신이 광고업체의 시사를 중단시킨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만약 조 전 전무가 기소된다 해도 업무방해 혐의 적용을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경찰은 아울러 조 전 전무가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추궁했지만, 그는 혐의를 부인했다.
조 전 전무는 "광고업체 측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내 의견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화가 나서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45도 우측 뒤 벽 쪽으로 던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역시 특수폭행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경찰은 조 전 전무를 상대로 증거인멸이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회유·협박이 있었는지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는 이런 의혹과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와 수습대책을 상의는 했지만, 게시글('물벼락 갑질' 폭로 글)을 삭제 또는 댓글을 달도록 하는 등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함에 따라 강제 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를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녹취 파일 등 증거물,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 그리고 피의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실관계를 규명한 후 신병처리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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