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취재 제한…"해리, 기본적으로 영국언론 증오"
모친사망 기억하는 왕자들 '불가근불가원 관계' 뒤엎을까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내달 19일로 예정된 영국 해리(33) 왕자와 미국인 약혼녀 메건 마클(36)의 결혼식을 앞두고 영국 왕실과 대중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일(현지시간) 해리 왕자는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켄싱턴 궁 대변인 명의로 결혼식 당일 식장인 윈저성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 내부에 취재진 단 한 명만 출입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켄싱턴 궁 측은 식장 내부의 공간이 협소하고 해리 왕자의 결혼식은 공식적인 국가 행사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세인트 조지 채플 밖 '취재 명당'에는 사진기자 4명만 출입이 허용될 예정이며 해리 왕자 부부의 마차 행렬이 지나는 길목과 윈저성 일대에 취재진 수십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이는 사실상 언론의 결혼식 취재를 봉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왕실과 대중지의 오랜 공생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언론 매체에 대한 뼛속 깊은 불신을 가진 영국 왕실의 젊은 세대가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해리 왕자의 결혼식이 왕실과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들의 관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리 왕자와 그의 형 윌리엄 왕세손은 각각 12살과 15살 되던 해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비가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끈질긴 추적을 피하다 차 사고로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해리 왕자는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파파라치들에 대한 증오심을 숨기지 않았다.
영국 왕실을 취재해온 익명의 중견 언론인은 "그들(윌리엄과 해리)은 영국 언론을 증오한다. 그것이 아마도 (현 상황을) 타당하게 요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해리 왕자와 대중지의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해리와 마클 커플을 바라보는 현지 언론의 시선이 싸늘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왕실의 가장 열렬하고 충실한 지지자들인 노년 여성들이 주요 독자층인 일간 데일리 메일에서는 첫 결혼에 실패한 마클의 이혼 사유와 민망한 개인사 등이 담긴 기사를 게재했다.
데일리 메일의 일요판인 메일 온 선데이도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마클 삼촌의 불만이 담긴 인터뷰를 내보냈다.
NYT는 영국 왕실과 타블로이드 매체는 상호의존적인 관계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지들은 취재를 위해 왕실에 대한 접근성이 필요하고 왕실은 좋은 이미지를 홍보해 국민적 지지를 유지하는 데 대중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지면 매체들이 SNS 등에 밀려 이들에 대한 왕실의 의존도가 낮아지자 왕족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면서 '불가근불가원'으로 요약되는 왕실과 대중지의 오랜 관계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타블로이드 매체 더 선에서 편집 주간을 지낸 작가 에이블은 "많은 유명인의 경우에도 그렇듯 모든 힘은 이제 영국 왕족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40년간 영국 왕실을 취재해온 더선의 사진기자 아서 에드워즈는 "우리(대중지)와 그들(왕실) 사이에 현재 약간의 마찰이 있다"며 "내가 보기에는 그들이 주도권을 장악해가고 있다. 그 형제(윌리엄·해리)에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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