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자세 유지…"북핵 다루듯 유럽 몰아붙여"
EU '굴복없다' 보복준비…"내달까지 완전합의 가능성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유럽연합(EU)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면제 시한을 한 달 더 연장했으나 '대서양 무역전쟁'을 피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EU와 캐나다, 멕시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면제 시한을 애초 예정된 5월 1일에서 한 달 뒤인 6월 1일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구 관세 면제를 요구하며 미국 정부와 협상해온 EU는 시간을 벌게 됐지만, 지금까지 양국 관리들은 합의를 위한 방법을 찾지 못했고 앞으로도 요원해 보인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양측 관리들은 가장 큰 장애물은 트럼프 대통령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시간주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EU가 미국 상품을 몰아내기 위해 무역 장벽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날 미국을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EU에 물건을 팔기 너무 어렵다. 그것은 미국을 이용하기 위해 거기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은 아니다. 우리는 어제 그들에게 그런 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고 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자국의 무역 압박을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 비유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 경고와 제재 강화가 북한을 협상과 역사적 합의에 나서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에서도 똑같이 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이 EU에 통할지는 불확실하다.
EU는 미국이 해당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오렌지, 청바지, 오토바이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28억 유로 상당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EU가 철강·알루미늄 수출물량 쿼터를 수용하고 자동차를 비롯한 미국산 산업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좀 더 폭넓은 합의에 동의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EU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하는 합의가 가져올 더 광범위한 결과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철강·알루미늄 수출물량 쿼터는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이 금지하고 있는 일종의 "수출자율규제"를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EU 관리들은 이와 같은 어떤 것에 동의하는 것도 국제 무역 시스템에 더욱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의 경제학자이자 무역 전문가인 메리 러블리는 EU와 미국이 다음달에 완전한 무역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작은 양보라도 승리로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는 점을 들어 이것이 EU에 희망을 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것은 정말로 유럽인들에게 달려있고 그들이 이 치킨게임에서 얼마나 멀리 갈 마음이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의 EU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면제 시한 연장 발표 이후 프랑스와 독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영구 관세 면제를 거듭 촉구하면서 "위협이 있는 가운데서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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