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과 이영자가 '먹방'에서 만난다면

입력 2018-05-03 06:30  

백종원과 이영자가 '먹방'에서 만난다면
박학다식 설명파 vs. 본능 충실 묘사파…"함께하면 재밌겠죠"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최근 '먹방'(먹는 방송)을 선도하는 쌍두마차가 있으니 바로 백종원(52) 더본코리아 대표와 개그우먼 이영자(본명 이유미·50)다.
백종원이 오랜 외식사업으로 쌓인 박학다식함을 바탕으로 시식기를 풍성하게 한다면, 이영자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생생한 묘사로 시청자를 식탁에 초대한다.
서로 다른 매력으로 무장하고, 친분까지 있는 두 사람이 먹방에서 만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음식에는 문화와 역사가 있다…'탐구파' 백종원
tvN '집밥 백선생', SBS TV '백종원의 3대천왕',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으로 먹방 트렌드를 끌어온 백종원이 이번에는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로 여행 먹방에 도전했다.
백종원은 최근 방송에서 중국 사천요리의 중심지인 청두(成都)와 홍콩으로 떠나 골목 곳곳에 포진한 먹을거리 사냥에 나섰다. 청두에서는 달걀볶음면을 시작으로 마파두부, 막창국수, 탄탄면, 어향가지 등을 '클리어'했고 홍콩에서는 완탕면부터 딤섬, 종판, 시우마이, 생강푸딩 등을 즐겼다.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의 수장인 그는 단순히 음식 맛을 설명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손짓이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해 전달하는 섬세함을 보였다. 아울러 동서양이 공존하는 홍콩의 '차찬탱 문화' 등을 설명할 때는 음식에 녹아있는 현지 역사와 문화를 훤히 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음식과 비교해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백종원은 먹는 것 자체에도 충실하다. 뜨거운 음식 앞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한입 가득 채우고 맛을 음미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흡사 내가 같이 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배도 채우고, 지식도 채우고, 풍경도 보니 '일석삼조'다.
백종원은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는 요리하는 것보다 먹는 것을 좋아하니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가 매우 재밌다"며 "또 국내 식당이 아니라 외국이니까 맛을 표현하는 것도 좀 더 자유롭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물론 체력적으로는 힘들다"며 "제작진이 예능보다 다큐멘터리처럼 찍어보자 해서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이영자와의 먹방 출연은 어떠냐는 물음에는 "안 그래도 '전지적 참견 시점'을 봤다. 이영자 씨와 개인적으로 친분도 있다. 워낙 전문 방송인이시니 함께 먹방을 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답했다.



◇ 맛 표현의 신기원을 열다…'본능파' 이영자
MBC TV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영자는 백종원과 다른 의미로 음식에 대한 지식과 자부심이 엄청나다.
고속도로 휴게소 맛집부터 동네 만둣가게까지 맛집이란 맛집은 죄다 꿴 그는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신성하기까지 하다. 밴 뒷좌석에 앉아 A부터 Z까지 세상에 먹을 게 너무나도 많다고 열을 올리는 이영자의 모습을 보고 있지만 그의 매니저도 우리도 그것들을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영자 먹방의 정수는 맛 표현에 있다. 그는 '얼큰'과 '얼크으으으으은'의 차이를 안다.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어 보일 텐데, 화려한 감탄사와 성조까지 느껴지는 묘사가 더해지니 시청자들은 맛집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라도 누를 수밖에 없다.
이영자는 만두피가 정말 얇고 속은 꽉 찬 김치만두를 앞에 두고도 절대 그냥 덤비지 않는다. 특유의 향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을 오감으로 충분히 느낀 후에야 입속으로 가져간다.
밥 잘 사주고, 같이 잘 먹어줄 것 같은 누나의 등장에 시청자는 물론 늘 무미건조한 반응만 보이던 매니저도 조금씩 미식의 세계에 눈을 떠가고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강성아 PD는 통화에서 "이영자 씨는 따로 맛 표현 같은 것을 준비해오시는 게 아니다. 카메라가 돌지 않아도 그 모습 그대로"라며 "녹화 전후로도 끊임없이 음식 얘기를 하시는데 제작진도 같이 먹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맛집도 보통 방송을 타게 되면 사전에 카메라 촬영 등을 조율하는데 이영자 씨는 즉석에서 줄줄 읊기 때문에 제작진의 고충이 있기도 하다. 그만큼 제작진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프로 먹방러'"라고 웃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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