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대표 작가 소설 나란히 출간

입력 2018-05-02 16:56  

프랑스·독일 대표 작가 소설 나란히 출간
에릭 오르세나 '프랑스 남자의 사랑'·베른하르트 슐링크 '젤프의 기만'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프랑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두 작가의 장편소설이 나란히 번역 출간됐다.
에릭 오르세나(71)의 '프랑스 남자의 사랑'(위즈덤하우스)과 베른하르트 슐링크(74)의 '젤프의 기만'(시공사). 두 작가 모두 뛰어난 소설가일 뿐 아니라 오랫동안 공직에 있으며 저명 인사로 이름을 날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르세나는 철학·경제학·정치학 학자이자 프랑스 최고행정재판소 심의관, 국제해양센터 원장 등 공직을 두루 거쳤으며, 미테랑 대통령의 문화보좌관 겸 연설문 초안 대필자로 일하기도 했다. 소설 '오래오래', '두 해 여름', '물의 미래', '종이가 만든 길' 등을 냈고, '식민지 박람회'로 1988년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았다.
슐링크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법대 교수로 있으면서 20년 가까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헌법재판소 판사를 지내기도 했다. 1987년 친구와 함께 쓴 추리소설 '젤프의 정의'를 발표해 소설가로 데뷔한 뒤 '젤프의 기만'과 '젤프의 살인'을 펴내 '탐정 젤프 삼부작'을 완성했다. 영화 '더 리더'로 제작된 대표작 '책 읽어주는 남자'(1995년)로 자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학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첫 국제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출간된 두 소설은 이런 묵직한 작가 명성에 비해 독자 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프랑스 남자의 사랑'은 오르세나의 최신 장편소설이다. 동시에 이혼한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 사랑에 실패한 이유를 찾아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이야기다. 아들에게 나쁜 것을 물려줬다며 자책하는 아버지는 나쁜 것의 정체가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사랑에 실패하는 유전자'라는 기발한 논리를 내세우며 과거 조상의 사랑 방식을 조사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유난스러운 여성 편력과 방탕한 사랑을 비판하고,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능청스럽게 받아친다. 이야기 내내 프랑스식 유머와 해학을 만날 수 있다. 번역가 양영란이 우리말로 옮겼다. (316쪽/1만4천원.)
슐링크의 '젤프의 기만'은 작가의 '탐정 젤프 삼부작' 가운데 가장 먼저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제9회 독일 추리문학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만하임에서 활동하는 노년의 사립탐정 '젤프'는 과거 나치 검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런 과거는 30여 년이 흘러 일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그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우연히 맡게 된 한 사건에서 젤프는 자신의 행동이 합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진실을 위해, 그리고 그의 삶을 과거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부조리한 현실에 맞선다. 독일 출간 당시 "추리소설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은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번역가 김완균이 우리말로 옮겼다. (496쪽/1만6천500원)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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