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위터에 "과거 정부 석방 요청 소용없었다"…협상 타결 시사
CNN "석방 임박, 두 달 전 결정된 일"…美언론 "북, 송환 준비하는 듯"
정상회담 전 '선의표시' 가능성…트럼프가 북미회담서 직접 데려올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강건택 박인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북한에 장기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언론도 이들의 석방이 임박했다고 보도, 북한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 것이 유력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정부가 북한 노동교화소로부터 3명의 인질을 석방하라고 오랫동안 요청해왔으나 소용없었다"며 "계속 주목하라!(Stay tuned!)"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는 이달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억류자 석방을 둘러싼 물밑협상이 타결됐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Stay tuned'는 '채널 고정'의 뜻으로도 해석되는 말로, 트럼프 대통령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안에 대한 발표가 임박했을 때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다.
북한에는 현재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등 모두 한국계인 미국인 3명이 억류돼 있으며, 미 정부는 이들의 석방 문제를 이번 정상회담 의제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 억류 미국인 3명이 최근 노동교화소에서 풀려나 평양의 모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양의 한 주민에게서 들었다며 "북한 관계 기관이 4월 초 상부 지시로 노동교화소에 수감 중이던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씨 등 미국인 3명을 평양 외곽의 호텔로 옮겼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억류된 미국인들이 치료와 교육을 받으면서 관광도 하는 강습 과정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노동교화소에서 풀려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송환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 CNN 방송도 3일 협상 과정에 대해 잘 아는 한 관료를 인용해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CNN에 북한이 미국인들을 풀어주기로 이미 두 달 전에 결정했으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3월 스웨덴 방문을 통해 이런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다른 미 언론들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에 건네는 화해 제스처의 일환으로 억류 미국인들을 송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억류 중인 미국인들을 풀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도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의의 표시로 억류 미국인 3명을 노동교화소에서 풀어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북한 당국이 자국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억류자들의 건강과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기간에 맞춰 이들 억류자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인도하거나 혹은 회담 이전에 전격 석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 대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당일 그들(억류 미국인)을 직접 데려가거나 정상회담 이전에 특사를 북한에 보내 그들을 송환 조치하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판문점을 유력한 회담 장소 중 하나로 지목하고, 판문점 북측 구역에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CNN이 보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장에서 자국 시민들을 직접 데리고 나오는 극적인 시나리오를 그릴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다만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이 노동교화소에서 풀려나 호텔로 옮겨졌다는 보도가 사실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가 이 보도 내용과 관련해 진위 확인에 나섰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관료는 로이터통신에 억류자들의 상황에 변화가 있었는지는 즉각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런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며 "해외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정과 안전은 국무부가 최우선시하는 사안 중 하나다. 우리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 국민이 최대한 조속히 귀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의 한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에 억류된 3명의 미국인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큰 관심사"라며 "그들의 석방은 (미국에 대한) 선의의 표시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3일 보도했다.
이 관리는 "그들의 안전은 미국과 북한 당국 사이에 있을 미래의 상호 작용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석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며 일본 납북자 문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이달 초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직접 미국인 억류자 석방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인 억류자들을 석방한다면 그들의 정통성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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