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명 살해한 테러단체…스페인 "해산에도 테러리스트 계속 추적"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암살·테러·납치 등 방식으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 투쟁을 벌여온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 Euskadi Ta Askatasuna)가 공식 해산을 선언했다.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공화국군(IRA)에 이어 ETA까지 해산함에 따라 서유럽에서 분리독립을 위해 무력투쟁을 해온 단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ETA는 2일(현지시간) 스페인 현지 신문인 엘디아리오 홈페이지에 기고한 서한에서 '완전한 해산'을 공식 선언했다.
ETA는 "ETA는 우리의 역사적 활동기와 그 역할에 종식을 선언하기로 결정해 행로에 마침표를 찍는다"며 "ETA는 모든 조직을 완전히 해체했고 정치적인 운동의 종식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ETA는 이어 "바스크 지방에는 분쟁을 끝내고 집단적 미래를 건설할 새로운 기회가 있다"며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가 악화하지 않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다만 ETA는 해산을 선언하면서도 분쟁 자체가 종식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ETA는 "60년 활동을 마치는 결정이지만 바스크 지방, 스페인, 프랑스 간의 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그 분쟁은 원래 ETA와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었고 ETA 해산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이달 4일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조직 해체와 관련한 상징적인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바스크는 피레네 산맥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곳으로 주민 다수가 스페인어와 다른 고유 언어를 쓰는 바스크인이다.
바스크는 1936∼1939년 스페인 내전 때 공화군 세력권에 있다가 프랑코 군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나서 스페인에 통합됐다.
당시 프랑코를 지원한 독일군이 자행한 1937년 게르니카 폭격은 피카소의 대표적 추상화인 '게르니카'의 주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ETA는 프랑코 치하이던 1959년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부에 걸친 바스크 지역에 독립 국가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조직을 발족시켰다.
ETA는 1968년부터 주요 요인 살해·테러 등 본격적인 무장 투쟁을 벌였다.
1973년 차량 폭탄 테러로 프랑코의 후계자로 지목된 루이스 카레로 블랑코 총리를 암살했고, 1997년엔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인 미구엘 앙헬 블랑코를 납치 살해했다.
1968년부터 2011년 무장 해제 전까지 ETA에 살해된 이는 829명에 달했다.
ETA의 공격에 희생된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스페인 주요 정치인과 관리, 경찰관이 아닌 무고한 민간인들이었는데, 이는 ETA가 대중의 외면을 받아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지도자급 인물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ETA의 조직력은 크게 약해졌다.
유럽 각국의 수사망 확대, 무장 투쟁 명분 부족에 따른 대중의 외면 등에 따라 2011년 10월 ETA는 영구휴전을 선언하며 무장투쟁 노선을 포기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ETA의 해산 선언과는 무관하게 과거 ETA가 저지른 범행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후안 이냐시오 조이도 내무장관은 "ETA가 살인 중단을 약속하건, 그들이 말하는 해산을 선언한다고 해서 ETA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테러리스트 추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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