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마르크스 일대기 재구성한 소설 '디어 맑스'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절친한 친구이자 극진한 후원자였던 엥겔스의 눈을 통해 마르크스를 생생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오랫동안 언론노동운동을 하며 소설도 여러 편 낸 손석춘 전 한겨레 논설위원이 펴낸 새 장편소설 '디어 맑스'(시대의창) 이야기다.
작가는 마르크스를 '맑스'라고 표기했다.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마르크스가 맞지만, 생전에 '칼 맑스'로 불렸고, 오늘날 유럽과 미국에서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는 이유다.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 용어인 '일하는 사람(worker)'을 우리가 흔히 쓰는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인'으로 표현한 것도 색다르다. 한국에서는 '노동자'란 말을 곧장 '일용직 육체노동자'로 등식화하고 있어 선입견이 생길 수 있으며, 원어에 더 적합한 번역도 '노동인'이라는 설명이다.
작가는 소설 속 엥겔스의 입을 통해 마르크스를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우상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붉은 악마'로 몰아가는 현실을 개탄하며 맨 얼굴의 마르크스를 독자에게 보여주려 한다. 거추장스러운 권위나 편향된 이념의 굴레를 덧씌운 모습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 장면은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라인신문' 편집국에서 처음 만난 마르크스는 "텁수룩하고 시커먼 머리칼과 그 못지않은 검은 수염 사이로 까무잡잡한 옆얼굴'을 하고는 "허리도 곧게 펴지 않은 채 마치 두꺼비처럼 의자에 착 달라붙은 듯이 앉아서 편집할 기사를 손질하고" 있었다고 돌아본다.
이에 더해 마르크스가 독일 본 대학 새내기 시절 술독에 빠져 지냈다는 이야기나 저작 '자본'이 당시 언론의 무관심 속에 반응이 없자 불면증과 피부병에 시달린 이야기, 평생의 동반자였던 '예니'와의 사랑뿐 아니라 다른 여인 '데무트'와 특별한 관계로 지낸 이야기 등도 펼쳐놓는다.
평생 동지이기도 했던 엥겔스의 입장에서 서술하기에 당연히 마르크스의 사상, 노동과 자본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딱딱한 학술서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풀어서 설명해 읽기에 어렵지 않다.
작가는 "맑스의 사상과 더불어 그의 우정과 사랑을 담고 싶었다"며 "인류에게 노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노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존엄한가를 촛불을 들었던 동시대인들과 이 책을 통해 나누고 싶다. 촛불을 든 네티즌들, 특히 대학생과 '신입사원'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440쪽. 1만6천800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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