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앞두고 3일 '엄마의 꿈' 발표…"10집은 10월께"
'불후의 명곡' 우승 화제…"조용필 박힌 트로피, 열 트로피 안 부럽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금껏 엄마가 어떤 꿈을 갖고 사셨는지 전혀 몰랐더라고요."
가수 린(본명 이세진·37)이 엄마의 젊은 날 꿈을 들여다보았다. 3일 오후 6시 공개될 정규 10집 선공개곡 '엄마의 꿈'에서다. 3년 만의 정규 앨범인 10집은 오는 10월 발매할 예정이지만 8일 어버이날과 6월 엄마 생신을 앞두고 이른 공개를 결정했다.
그간 라디의 '엄마', 인순이의 '엄마' 등 어머니를 향한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을 담은 곡은 여러 곡 나와 사랑받았지만, 엄마도 젊은 날 꿈을 꾸던 소녀에서 어른이 된 '여자'란 점을 짚어냈기에 한층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미안해요 이제 와서 새삼스레 꿈을 묻는 게/ 지난 얘기라며 잊었다지만/ 심었던 꿈이 내게 와서 꽃을 피우게/ 내가 더 잘 살게요 엄마'('엄마의 꿈' 중)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린은 "곡을 받았을 즈음 엄마가 아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언니가 '엄마가 너한테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뭘 하느라 엄마가 아픈 걸 놓쳤나 싶었다. 정말 10분도 안 돼 가사를 썼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꿈이 뭐였어?'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오래돼서 잊어버렸다'고 하셨죠. 엄마는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24살에 결혼해 저와 언니를 낳았는데 엄마가 절 낳았을 때보다 이제 제 나이가 많아요. 저도 결혼하고 보니 엄마의 지나온 세월이 너무 '여자'였더라고요."
린은 '어쩌면 엄마는 내 행복만을 바라다/ 하얀 새처럼 날아가 버릴 텐데'란 가사를 엄마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린이 작사하고 황성제가 이끄는 프로듀싱팀 JPG가 작곡한 이 노래는 녹음 때부터 여러 스태프를 울렸다.
황성제는 녹음 도중 '잠깐만 쉴 수 있느냐'라고 한 뒤 말이 없었다. 울고 있었다. 믹싱 엔지니어도, 마스터링 엔지니어도 그랬다. 친구인 가수 박효신은 같은 녹음실에 들렀다가 우연히 새어 나온 린의 노래를 듣고서 '흠잡으려 해도 흠잡을 수가 없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는 "내 노래가 누군가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제야 노래를 제대로 처음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온전히 자기 손으로 음반을 만들고 싶어 재킷에는 1978년 결혼사진 속, 수줍게 고개 숙인 엄마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콜라주처럼 떼어 붙였다. 사진 옆에는 꽃을 평면으로 건조한 프레스플라워를 더해 복고적인 소박함을 더했다.
자신의 홍보용 이미지도 카메라를 이용해 '셀프'로 찍었다. 그는 "엄마를 최고조로 사랑하는 이 시절의 나를 기록하고 싶었다"며 "스타일리스트도 없이 혼자 옷을 갈아입고 흰 벽 앞에서 찍었다"고 했다. 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재미에 빠진 그는 작년 11월 유튜브에 '린 TV'란 채널을 개설해 '셀프 영상'을 올리고 있다.
'엄마의 꿈'을 작업하며 노래하는 재미를 다시 알았다는 그는 지난 2~3년간 노래가 재미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했을 때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이상과 현실이 달라 골치 아프다는 느낌까지 들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제가 언제 인기 가수였던 적이 있나요? 시대의 획을 그은 가수는 아닐지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다가갈 수만 있다면, 노래를 가늘고 길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에게 노래의 의미를 되찾아 준 또 하나의 계기는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 조용필 편 2부에서 우승한 것이었다. 그는 "노래 안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들었는데 향후 몇 년간은 노래할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굵직한 밴드에서 활동한 기타리스트 조범진 편곡으로 '고추잠자리'를 재즈풍에 수려한 스캣(Scat·재즈에서 가사 없이 목소리로 연주하듯 음을 내는 창법)을 더해 선보였다. 가수로서 조용필 앞에서 노래하는 것도 특별했지만, 우승까지 하니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작업하면서 선생님이 신이 나주시면 '우린 성공'이라고 했죠. 우승자로 불이 켜졌을 때 너무 얼떨떨하고 놀랐어요. '불후의 명곡'에 2년 고정까지 7년간 출연하면서 상복이 없어 욕심이 없었는데 매번 미련이 있었나 봐요. 모든 무대에 대한 보상을 받은 느낌, 최고의 격려 같아 눈물이 터졌어요. 조용필 이름이 박힌 금색 트로피이니 열 트로피 안 부러웠죠."
조용필은 녹화 뒤 후배 가수들과 제작진 뒤풀이 현장에도 참석했다.
린은 "요즘 곡도 끊임없이 들으시고, 후배들의 대기실을 직접 찾고 교류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며 "녹화하면서 하루만 그분으로 무대에 올라보고 싶더라. 수많은 히트곡으로 수많은 열정적인 팬 앞에서 한 번만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작년 7월에 미니앨범을 내고서 10집 작업에 매달린 그는 이미 7곡을 완성했다. 유행 따라가는 음악에 거부감이 생겨 이번에는 대중이 자신에게 원하는 린 다운 발라드를 들려줄 계획이다. '음색 퀸'인 그는 대표곡 '사랑했잖아'뿐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와 '마이 데스티니'(My Destiny) 등 대박 드라마의 OST에서 섬세한 창법으로 마음을 움직였다.
"10번째 앨범이니 저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담으려 애쓰고 있어요. 그게 가장 쉬우면서도 어렵더라고요. 처음엔 갈피를 못 잡다가 7곡이 됐는데 전곡 작사는 제가 하고, 앞으로 작업할 노래는 작곡에도 참여하려고요. 한때는 음악으로 상처도 받았지만 여러 연주자와 매주 목요일 '송 캠프'를 하며 어울려 작업하다 보니 치유도 받아요. 애증이죠. 정말 이번엔 부담 없이 편하게 작업하고 싶어요."
지금껏 박효신, 김범수, 김태우 등 가창력이 뛰어난 남자 보컬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정작 남편인 엠씨더맥스 이수와는 함께 작업한 적이 없다. 남편은 누리꾼들이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를 묶어 부르는 '김나박이' 중 한 명이다.
2014년 결혼 전 '고마워요 그대여'란 남편을 향한 노래를 선보였던 그는 "이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는데, 안 해줄 걸 아니 적극적으로 안 물어본다"고 웃으며 "남편이기 전에 정말 좋은 가수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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