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400억 시세차익 금괴 불법중계무역 조직 일망타진…관세법 첫 기소
일당 80만원·공짜여행 미끼 한국인 여행객 5천명 이상 범행 가담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시세차익을 노리고 홍콩에서 사들인 2조원대 금괴를 공짜여행으로 유혹해 모집한 한국인 여행객에게 맡겨 국내 공항을 경유, 일본으로 밀수한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인천과 김해공항의 환승 구역을 통해 1년 6개월간 4만개 금괴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국내 공항이 금괴 출발지 세탁장소와 밀수통로로 악용됐다.
검찰은 이 같은 불법 금괴 중계무역 행위에 대해 관세법을 적용해 처음 기소했다.
부산지검 외사부는 관세법 위반 등으로 A(53) 씨 등 금괴 밀수조직원 4명을 구속기소 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홍콩에서 매입한 2조원 어치 금괴 4만여 개를 국내 공항 환승 구역으로 반입한 뒤 공짜여행으로 유혹한 한국인 여행객에게 맡겨 검색이 허술한 일본공항을 통해 반출해 400억원 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4년 일본의 소비세 인상(5%→8%)으로 일본 금 시세가 급등하자 세금이 없는 홍콩에서 금괴를 사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려 매매차익을 노렸다.
일본 정부가 홍콩 직항 입국 승객에 대한 금괴밀수 단속을 강화하자 국내 세관의 단속이 미치지 않는 인천·김해공항 환승 구역에서 금괴를 한국인 여행객에게 넘기는 '금괴 출발지 세탁'을 한 것이다.
일본 세관에 금괴가 적발될 경우 운반책인 한국인 여행객들만 처벌될 뿐 밀수조직은 드러나지 않았다.
2016년에만 금괴 운반에 동원된 한국인 여행객이 5천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런 수법으로 하루 200여개 금괴가 국내 공항을 통해 별다른 제재 없이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A 씨 등은 인터넷에 버젓이 '일당 50만∼80만원에 여행경비 전액을 지원한다'는 공짜여행 아르바이트 광고를 올린 뒤 일본 세관의 감시를 피하려고 주로 아이를 포함한 가족이나 연인 여행객들만 모집했다.
금괴 밀수조직은 사전에 여행객에 행동지침 등을 교육한 뒤 공항 환승 구역 내 화장실이나 휴게실 등에서 만나 1인당 금괴 5∼6개를 옷 주머니 등에 감추게 하고 일본으로 출국시켰다.
입국객에게 별다른 검색을 하지 않는 일본공항을 빠져나간 여행객들은 밀수 조직원을 만나 금괴를 넘기고 별다른 죄의식 없이 공짜여행을 즐기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홍콩 금괴를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리는 밀수 사례가 기승을 부렸지만 처벌 사례가 없었다.
검찰은 법리검토 끝에 공항 환승 구역을 이용한 금괴 밀수범행을 불법 중계무역으로 규정하고 처음으로 국내 관세법 위반 혐의(밀반송)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또 A 씨 주거지 등에서 돈다발 128억원과 이들이 금괴 판매 수익 중 20억원으로 경기도의 한 산업단지에 설치한 가상화폐 채굴장에서 채굴한 가상화폐(이더리움) 1천85개 등 200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압수했다.
이는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범죄수익 환수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대호 부산지검 외사부장은 "관세청 등과 함께 국내 통관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개선하고 일본 등 국제 수사 공조를 강화해 금괴 밀수를 막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돈과 공짜여행을 대가로 금괴를 운반한 한국인 여행객은 대부분 가족 단위인 데다 초범이고 범죄조직에 이용 당했다고 보고 처벌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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