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스미스 소장 방한…"남북정상회담 모든 부분 인상적"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댄 스미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소장은 3일 이르면 이달 중 열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스미스 소장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양 정상이 디테일한 부분을 합의하지는 않겠지만 몇 가지 주제에 대한 폭넓은 원칙을 담은 '헤드라인'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주제에는 평화협정 논의 절차의 시작, 비핵화 작업을 진행할 고위급 그룹의 구성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언제나 '딜'(거래)은 가능하다. 서로 증오하던 양자나 3자가 합의에 이른 지난 수십 년간의 역사적 사례가 있다"며 낙관적으로 봤다.
그는 다만 "만약 미국이 '핵무기를 당장 포기하지 않으면 대화를 안 하겠다'고 하면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만큼 똑똑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안전보장 문제만 해결되면 비핵화를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한국, 중국이 어떻게 북한의 안보 이슈를 다룰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해 "그동안 북한은 평화협정이 관계개선의 시작이고, 미국은 모든 것이 정리된 후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만약 미국이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남북미) 3자 협의를 시작할 의지가 있고, 그래서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변화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몇 달간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하지 않고, 대화하고 있다. 또 핵시설 폐쇄도 공개하겠다고 했다"며 '긍정적' 신호를 열거한 뒤 "김정은에게 진정성이 있는지 계속 확인할 필요는 있지만, 부정적 결론을 가정하며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스미스 소장은 지난달 27일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사건"이라며 "회담을 통해 단순한 당국자가 아닌 두 정상이 선언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비핵화 문구가 선언에 담긴 것도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아직 비핵화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있다"며 "정상회담은 굉장한 성취이지만, 아직 논의할 부분이 있어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규정했다.
스미스 소장은 지난 3월 리용호 외무상 스웨덴 방문 당시 회동에 대해서는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당시 리 외무상이 정상회담 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북 간 긴장 관계를 피하려는 희망과 관계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리 외무상이 25년 전 '연구자'로서 연구소에 몇 주간 머물렀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스미스 소장은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는 평화협정 이후의 주한미군 역할에 대해서는 "평화협정 체결 시 이후 상황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이후에 어떤 방안이 최선인지 여러 대안을 놓고 토론이 가능할 것"이라며 논쟁 자체가 다소 이르다는 취지 답변을 내놓았다.
분쟁 및 평화구축 분야 전문가인 스미스 소장은 외교부와 EU 대외관계청(EEAS)이 공동개최한 '제4차 한-EU 중동문제 국제회의' 참석차 전날 방한했다. 그는 전날에는 한국 당국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 관련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그동안 북핵문제 관련 북한과 미국 측 인사가 참여하는 '1.5트랙'(반관반민) 차원 논의의 장을 마련해 왔으며, 지난 3월 리용호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 때 접촉하기도 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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