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남북관계 개선됐지만 신용등급 상승, 단순치 않아"

입력 2018-05-03 18:00  

김동연 "남북관계 개선됐지만 신용등급 상승, 단순치 않아"
"긴 호흡으로 관리할 문제"…"추경 플랜B는 생각 안 해…타이밍 중요"




(마닐라=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남북관계 개선으로 국가신용등급 상승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 "신용등급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단순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인 김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정도의 남북 상황을 가지고 단시간 내에 신용등급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조금 더 중기적으로 위험 요인들을 잘 관리하고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남북 정상회담 전인 지난달 23일 미국을 찾아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3대 신용평가기관 고위층과 만났다.
이후 지난달 27일 남북이 만나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며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누그러졌고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부풀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3사로부터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코멘트를 받았다"면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봤으면 하는 생각을 다 갖고 있었고 우리는 신용등급이 좋게 나올 수 있도록 일희일비하지 않고 관리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이나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ADB 가입 지원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김 부총리는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아울러 "세계은행(WB)이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든 국제기구에 가입하려면 IMF 가입을 먼저 해야 하는데, IMF 가입 전제조건이 간단하지 않다"며 "IMF에 가입하려면 경제 체계에 대한 분석 조사가 선행돼야 하는 등 보통 3년여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출됐지만 국회 심의조차 되지 않는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서는 '플랜B'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추경이 계획대로 통과되지 않을 때 대안이 있느냐는 물음에 "플랜B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추경 통과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추경이 국회에서 뒤늦게 심의가 되면 몇 달 지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추경 규모 조정이 될 수밖에 없다"며 "추경 규모가 절반이 줄면 정책 효과는 반감되는 게 아니라 그 이상 줄어든다"며 액수뿐 아니라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아직은 고용에 영향이 있다는 유의미한 증거가 나올 기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올해에 있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내년에도 지원될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얼마나 될지, 최저임금 산입범위 타결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데,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놓고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발표 시기 역시 가늠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부총리는 "이제까지 오래 해온 제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충격이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공개 빈도나 내용 등에 있어서 시장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할 수 있는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부터 근로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일부 업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에는 "현재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잡셰어링을 하면 재정 지원하고 있다"며 "추가로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올해 예산 편성, 세제 개편 과정에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한 중국 통상 현안, 기업 구조조정 등이 있었는데 나름대로 관리를 잘 해왔고 실물 측면에서 지표가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다만 "규제개혁, 노동시장 구조혁신 측면에선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취업자 증가 폭도 2∼3월 10만명 초반으로 둔화했는데 4월에도 기저효과 때문에 대폭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에 한·중·일 재무장관회의도 예정돼 있으나 류쿤(劉昆)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은 갑자기 오지 못하게 됐다.
김 부총리는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과 중국 협상 일정이 겹쳤다"고 설명했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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