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부터 노동자상까지…되풀이되는 일본영사관 앞 갈등

입력 2018-05-04 07:00  

소녀상부터 노동자상까지…되풀이되는 일본영사관 앞 갈등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일본 공식 사과받아야" vs "국제외교 관례 아니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를 두고 시민단체와 이를 막아선 정부·지자체가 최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주장한 내용이다.

양측 갈등이 뚜렷한 해결책 없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노동자상은 갈 곳을 잃은 듯 4일 현재 영사관 인근 인도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외교공관 앞에 시민단체가 동상을 세우는 것을 두고 갈등 양상을 드러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12월 14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 설치된 '소녀상'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천 회 수요집회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
설치 장소는 소녀상이 대사관에 펄럭이는 일장기를 바라볼 수 있는 일본대사관 건너편 인도였다.

당시 소녀상 설치가 예고되자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한국 정부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정부가 시민단체가 설치하는 소녀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소녀상은 시민들의 바람대로 건립됐다.
이후 대사관 앞 소녀상이 한일 위안부 문제의 상징물로 자리잡자 일본 측은 압박 강도를 높였다.
비엔나 협약 위배를 문제 삼으며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소녀상 이전을 요구했다.
그러던 중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합의에서 박근혜 정부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에 이면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가중됐다.
한일 위안부합의 이후 대학생 단체는 소녀상 지킴이를 꾸리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농성을 펼치며 지금까지도 소녀상을 지켜오고 있다.

갈등 양상은 2016년 고스란히 부산으로 옮겨왔다.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같은 해 말 한일 위안부합의를 규탄하고 위안부 문제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2015년 일본대사관이 건물 신축을 위해 위치를 옮기면서 일본 공관 앞 유일한 소녀상이라는 상징성을 지니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관할 지자체인 동구는 당초 소녀상을 불법 적치물로 간주해 기습 철거를 강행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소녀상을 다시 돌려주기도 했다.

지자체의 기습 철거 배경에는 외교공관 앞 소녀상 설치가 한일 외교 문제를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실제로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며 일본 대사와 영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외교적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제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소녀상이 있는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외교부는 "총영사관 앞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는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고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외교공관 앞 노동자상 설치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 측은 "위치적으로 상징성이 있어야 시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아 낼 수 있다"며 "외교적 예우를 따지기 전에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장은 "강제동원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데 국내적 갈등으로 비치고 있어 안타깝다"며 "상징물을 어디에 설치할지를 두고 다투는 것보다 강제징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기억해야 할지에 대한 정부와 시민들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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