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조카가 2년을 꼬박 기다렸는데. 갑자기 경품을 줄 수 없다고 하니까 황당하네요.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운동교실까지 다니는 아이였는데"
전주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생색내기에 어린이의 동심이 크게 짓밟혔다.
어린이날 경품으로 러시아 월드컵 관람권을 내걸어놓고 당첨된 초등학생 부모에게 2년이 지나 "돈이 없어서 경품을 줄 수 없다"는 황당한 통보를 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동심은 어른의 말 바꾸기에 씻지 못할 상처를 받게 됐다.
3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전주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2016년 5월 5일 어린이날 1등 경품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항공권과 숙박권, 경기 관람권을 내걸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A군은 운 좋게 경품에 당첨됐다.
500만원 상당 경품에 당첨된 A군은 기쁜 마음에 피켓을 들고 기념사진까지 촬영했다.
가족들은 평소 축구를 좋아했던 A군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 월드컵이 열리는 해인 2018년이 되자, 조직위의 말이 바뀌었다.
조직위는 지난달 20일 A군 부모와 통화에서 "예산이 부족해서 경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A군 이모는 "전주시와 조직위에 왜 경품을 지급하지 않는지 항의하자 '이전 조직위 관계자가 그만뒀고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지 알면서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황당할 따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전 조직위에서 진행한 행사여서 이런 일이 있었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A군과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재원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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