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샌프란시스코 일대서 범행…언론사에 보낸 편지가 단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연쇄살인범 '골든스테이트 킬러'가 DNA를 단서로 한 수사기법 덕분에 범행 42년 만에 체포되자, 더 많은 희생자를 낳은 연쇄살인마로 알려진 '조디액 킬러'(Zodiac Killer)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미 언론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조디액 킬러는 1969년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미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와 인근 지역에서 모두 37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 범죄사상 가장 극악한 연쇄살인범 중 한 명이다.
용의자가 지역 언론사에 점성술 암호를 섞은 편지를 보내면서 황도 십이궁을 뜻하는 '조디액'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2000년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다시 회자했던 사건이다.
경찰이 확인한 피살자 시신은 7구이지만, 조디액 킬러는 37명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범행 현장에서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사건은 영구미제(cold case)로 남았다.
미 새크라멘토 경찰은 모두 12건의 살인과 45건의 강간을 저지른 연쇄살인범이자 '골든스테이트 킬러'로 불린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72)를 지난달 붙잡아 수감했다.
수사당국은 1980년 벤추라 카운티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DNA를 단서로 삼아 계보 찾기 사이트의 친척 유전자 감식 기능을 활용해 수사망을 좁혔고 드앤젤로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당국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찾기와 같은 수사가 성공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DNA를 활용한 수사기법의 핵심 요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범죄 전문가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조디액 킬러 사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살인사건 담당 경찰관 팜 호프사스는 지역 신문 '새크라멘토 비'에 "그건(사건 재수사) 가능하다. 골든스테이트 킬러 사건은 조디액 킬러 사건의 해결을 위해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샌프란시스코와 베니시아, 발레로, 레이크 베리에사 지역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직접 언론사에 편지를 보냈다.
포렌식(법의학) 전문가들은 조디액 킬러가 보낸 편지에서 그의 DNA가 검출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용의자를 추적한 적이 있는 발레로 지역 경찰관 짐 잭시는 FOX40 방송에 "뚜렷한 유전자 샘플이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만약 있다면 훨씬 발전한 수사기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디액킬러닷컴을 운영해온 톰 보이그트는 새크라멘토 비에 "증거를 찾아 실험실에 보내고 골든스테이트 킬러를 수사했던 방식으로 범위를 좁혀가면 된다"면서 "그가 보낸 편지 봉투에서 타액이 검출된 거로 안다"라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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