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대 과학분야 졸업생 조사…소프트웨어분야는 65%가 미국 기업 택해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의 우수한 과학기술계 두뇌들이 미국 유명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Brain Drain)' 현상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현지시간) 글로브앤드메일 지에 따르면 토론토 대학 혁신정책연구소가 캐나다 과학기술계 우수 인재의 미국 유출 실태를 심층 조사한 결과 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STEM) 분야의 명문대 졸업생 가운데 25%가 캐나다를 떠나 미국 첨단 기업에 취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캐나다 이공계의 3대 명문인 워털루, 브리티시 컬럼비아, 토론토 대학의 이 분야 2015~16년 졸업생 3천162명을 대상으로 전문직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 신상 자료 조사와 추적 면담을 통해 실시됐다.
분야별로는 컴퓨터학 및 컴퓨터엔지니어링 계통에서 미국으로 떠난 졸업생이 전체의 30%에 달했고 엔지니어링 공학계 학생은 27%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 졸업생이 미국 기업을 택한 비율은 65%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일하는 미국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 정보기술(IT) 업체들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우수 인재가 미국으로 떠나는 현상은 학계와 산업 현장의 해묵은 현상이자 국가 과제로 꼽혀왔으나 이번 조사결과는 1990년대 의사들의 대량 유출로 파문을 낳았을 때보다 더 심한 것으로 우려됐다.
연구 조사를 주도한 재커리 스파이서 수석연구원은 이번 조사가 기술 분야 두뇌 유출 실태를 실증적으로 드러낸 최초의 학문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정책 수립자들이 이 결과를 아침 잠을 깨우는 경종으로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분야의 경우 졸업반 학생의 65%가 미국으로 떠났다"며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이 인재들의 재능에 제대로 접근할 기회 조차 갖지 못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뇌 유출은 국가적 비용의 손실이라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가 과학기술 지원 ·투자에 수 십억 달러를 투입하지만 실제 우수 인재들은 다른 나라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떠나는 비대칭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사 보고서는 두뇌 유출의 현실적 원인으로 캐나다 기업과 실리콘 밸리 기업의 급여 차이를 꼽으면서 토론토의 IT 기업 평균 연봉이 7만3천 달러인 데 비해 실리콘 밸리에 취업한 동급생은 두 배를 번다고 설명했다.
졸업생들은 또 글로벌 거대 기업에서 경력과 기회, 교육훈련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점도 높이 평가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정부·대학· 기업이 '국가 인재보존 전략'을 세워 공동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 보수 인상도 현실적 대책으로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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