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한미동맹에서 신성불가침 영역", "주한미군은 미국인의 피의 서약"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검토를 지시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감축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3일(현지시간) NYT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주한미군 철수가 여러 가지 이점이 있겠지만, 이는 한미동맹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에 어필할 수 있고,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쓸 수 있는 '값비싼 청구서'를 확보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기회라는 것이 차 석좌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관점에선 거대한 축소를 의미한다"고 차 석좌는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켈리 맥사멘도 "주한미군은 양국 동맹에 있어 신성불가침 영역"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크리스틴 워무스 전 국방부 부차관은 "대화 초기에 이런 것을 내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북한은 협상 파기 전력이 많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멀리사 해넘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주한미군은 핵우산이 아니다"라며 "미 장병과 가족 3만여 명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고, 이는 말 그대로 한국에 대한 미국인의 '피의 서약'"이라고 썼다.
해넘 연구원은 "그들은 동맹을 아주 소중히 여기고 있고, 그들은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라 로젠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중국 담당 국장은 트위터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관한 NYT 기사를 링크하고 "(북미) 정상회담에 이보다 더 나쁜 접근법은 생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군사 전문지 '아미 타임스'에 "한반도에 미군을 두는 것은 우리 동맹들에 대한 미국의 결의와 약속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며 주한미군이 갖는 상징성을 언급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또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도 북한의 비핵화 검증을 위해선 긴 과정을 거쳐야 하며, 중국의 세력 확대에 따른 잠재적 위협과 안보에 대해 미국과 한국 정부 간의 대화가 뒤따라야 한다며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시기상조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기 전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을 단행할 경우 "한반도 안보 상황에 엄청난 손상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NYT 보도 이전이기는 하지만 2011~2013년 주한 미군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서먼도 지난 2일 북한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선 안 된다는 견해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밝힌 바 있다.
서먼 전 사령관은 "현재로썬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따를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나라면 이런 단계에선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 확인하기 전까지 미군 철수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 (북한의 비핵화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우리가 밝혀내야 한다. 그냥 약속만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검토 명령을 전한 NYT 기사를 인용하면서 "협상합시다"라고 트윗해 다른 전문가들과 온도차를 보였다.
나랑 교수는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의 본능이 원하는 대로 이끌 것"이라며 "주한미군과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일종의 합의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보'가 아니다…그는 어쨌든 그리로 가길 원할 것"이라고 적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