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 반 산트 감독 영화 '씨 오브 트리스'(Sea of Trees)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일본 후지산 기슭 아오키가하라 숲은 '수해'(樹海)라고 불린다.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바람이 불면 마치 파도가 이는 듯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별칭은 '죽기에 가장 완벽한 곳'. 숲이 너무 깊어서 한번 길을 잃으면 출구를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구조도 불가능해 혼자 조용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연구에만 매진하던 삶을 살다 아내 조안을 잃은 아서는 죽음을 결심한다. 죽기에 가장 완벽한 곳을 검색한 조안이 찾아낸 장소는 바로 아오키가하라 숲.
실제 아오키가하라 숲은 구글에서 'Perfect place to die'라고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오키가하라 한가운데서 죽음을 준비하던 아서의 눈앞에 타쿠미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가족을 위해 살아서 숲을 나가야겠다는 타쿠미를 위해 아서는 죽음을 잠시 미뤄두고 숲 출구를 찾아 나선다.
아오키가하라 숲 별명인 '수해'를 그대로 직역한 '씨 오브 트리스'(Sea of Trees)는 굿 윌 헌팅(1998), 엘리펀트(2004), 밀크(2010) 등을 연출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2015년 작으로 3년 늦게 국내 관객을 찾아왔다.
개봉 당시 인터스텔라로 한창 주목받던 매튜 맥커너히와 킹콩·버드맨·데몰리션 등에서 열연한 나오미 왓츠가 부부역을 맡았고 일본의 국민배우 와타나베 켄이 타쿠미 역을 맡았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아서가 타쿠미와 함께 아오키가하라 숲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장면과 아내 조안과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며 아서가 사랑의 의미를 확인하고 삶의 의지를 되찾는 과정을 풀어낸다.
다만, 이야기 전개 과정이 다소 식상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핵심 인물인 타쿠미의 정체가 너무 쉽게 드러난다.
회상 장면에서 조안이 한 대사를 타쿠미가 그대로 따라 하는 등 반 산트 감독은 영화 곳곳에 지나치게 많은 힌트를 남겨 예상 가능한 이야기로 만들어버렸다.
영화에 차용한 환생이나 영(靈) 같은 동양 사상이 이미 이에 익숙한 국내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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